-
-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은 반응의 두가지는 이렇다. 하나는 공주병이나 소아병에 걸린 등장인물을 비난하는 경우고 물론 작가의 독백이라 생각해서 그런 경우도 많다.. 다른 하나는 독신주의를 괜찮은 것이라 생각하는 독자인 경우..
하지만 두가지 견해는 약간은 억지스러운 구석이 있다. 작가는 독백처럼 말하기도 하지만 비판하는 구석도 중간중간 삽입해 빠져나갈 구석을 만들어 났으니까 말이다. 그야말로 읽는 사람따라 다르게 보일수 있는 거다.
배수아작가의 장점을 말하라면 본인 스스로는 이 책 뒤에 이렇게 썼지만 <유경이 다수를 대변하는지 아니면 특이한 소수인지 나는 아직 그것을 판단하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현대인의 중요한 특성을 잘 그려내는 작가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붉은손 클럽>에서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현대인의 특성을 그 누구보다 독백처럼<실제작가가 개인적으로 그러는지는 관심없다.> 파고들고 한걸음더 나가지만 그래서 몰두하게 하고 찔러대지만 쉽게 쑥..빠져서 모르는척 하는 것도 잘한다.
유경의 주위사람들은 행태는 유경의 눈으로 보는 사적인 견해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인간상이다. 그래서 유경의 시선으로 가면 유경의 말에 일리가 있지만 유경은 또한 스스로를 속이고 궁지에 몰아가며 작가에게 알게 모르게 욕을 얻어 먹는다. 사실 니가 지겨워하는 말은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유경을 비롯해서 주위사람들이 갖는 견해는 모두 일리가 있고 나름대로 타당한 생각이고 행동들이다. 그들의 사고나 행동의 특징은 과거의 확실한 과실내지 자신의 인생 절대성, 부분적으로 합리적인 사고로 특징짓는다.
그들의 가치기준과 행동기준은 부조리가 명백히 증명된 가족의 이데올로기의 반대나 자신에게만 결국 몰두하는 인간상의 관찰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기호나 느낌이 삶의 목표로 되는 지극히 단편적이고 자의적인 것으로 점철된 인간군상들이다. 그들의 다른가치는 존재하지도 않고 생각할 틈도 안준다.
작가는 이런 면에 대해서도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유경은 다른 친구들이 현실적인 것을 따지는거나 친구를 속이고 자존심을 세우는 것에 안좋게 생각하지만 본인 스스로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길의 이끌림이 그 한 예라 볼수 있다..
믿을수 있는 이는 없고. 그래서 혼자가고..자신이 원하는것에 매진하고 원할때는 갖는..스스로의 정당성을 타인의 흠으로 충족시키고 합리화하는이런 유경의 모습이 작가가 의도한 자신의 독백이나 아님 여성상이나 현대인의 한면을 비판하든 상관없이 작가는 현대인을 잘 그려 내고 있다.
개인적으론 유경은 탈연애를 꿈꾸지만 그렇게 갈 필연적 요소를 내재한다 생각한다. 나의 욕망과 기호에 둘러쌓여 자신이 보는 세상만 바라보는..그런 의미에서 유경은 작은 반성이나 자신의 되돌아봄이 없다는 것에 천박하고 폐쇄적이다. 유경의 시선은 사실 독자스스로 하여금 나에게 있어 타인의 의미는 무엇인가 질문하게 한다. 이런 질문과 함께 내 욕망과 관련없이 타인이 존재를 위해 살아갈수 있는 자신의 삶에 근거가 없다면...이제 유경은 타인이나 세상이 자신의 의미나 욕망의 기호로 위치지어지길 고백한다. 한가지 궁금한건 그녀의 아직 젊은 시절의 모습이 아니라 인생의 종착점의 고백이다.
그래도 행복했었다고 말할거라 예상은 하지만.. 실패하고 천박하고 보잘것 없는 자신에게 갇혀있었다고도 말할것도 같아서 말이다..그렇게 말한다 해도 하나 이상할 것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