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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소리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다들 알겠지만 김주영의 소설은 구성지고 짖궂고 재밌고 아늑하다. 그의 <홍어>, <멸치> ,<외설 춘향전>등만 봐도 농을 주고 받는 것을 보면 책을 읽다말고 잠시 접어둔채 웃고만다. 그 농이 물론 그저 재미로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것이 대화에서 거의 나오는 경우이고 그중에서도 남녀간의 성에 대한 것이 많다. (그래서..더욱 재미나는지도.). 사람들의 밑바닥의 욕망을 등장인물을 마치 빌려 읆조리는 것 같아 작가의 능청에 한번 웃고 그런 그의 해학이 바라는 사람들의 여러욕망을 보면서 다시 조용히 생각하며 웃는다.
그렇지만 이소설.. 천둥소리는 그저 해학적으로 웃기는 책은 아니다. 신길녀라는 젊은과부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해방때 부터 6.25전쟁걸친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신길녀가 차병조의 겁간으로 아기를 낳는 배경부터가 참으로 상징적이다. 열녀반열이 자랑인 처가의 길녀는 일찍히 남편을 잃은 과부신세다. 그녀의 집은 철저히 옛유교의 전통을 따르지만 변화하는 세상에 아무것도 대처할수없는 무기력하고 안에 갇힌 신세다. 그 집에 황점개라는 아래사람과 차병조라는 인물이 같이 오가고 있음도 해방된 한국상과 그리 멀지 않다. 마치 길녀의 마당이 이제 점개와 병조라는 이념대립이나 갈등으로 번질 상징적 시발점이라 할까..
길녀는 차병조의 겁간과 지상모의 겁간으로 남자의 인연을 맺고 두 남자에서 각각 아이를 얻는다. 길녀는 초반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와 같은 인물이지만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자신에게 알맞는 처세를 하는 것이 눈에 띈다. 이것은 이 소설의 여자들과 남자들의 상에서 대조가 된다.
길녀가 만나는 노파무꾸리, 어머니인 서산택, 지상모의 본처 창래어멈, 그리고 황점개의 부인또한 고단하지만 세상사를 헤쳐나가는데 무리없는 길을 걷는다. 그들의 공통점은 타인을 배려하고, 생각이 깊고, 정이 많으며 자신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길녀와 인연끈을 가지는 그들은 다분히 연약하고 총명치 못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서로를 보완하는 사람들이다. 이와반대로 남자들 신현직, 지상모, 황점개와 차병조등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지니고 있던 것들을 위해 무엇이든지 하는 사람들이다. 황점개는 길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그렇치만 신현직은 유교적가치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지상모는 자신의 물적욕망을 확장시키기 위해, 박석호와 차병조는 각기 정반대의 이념을 위해 사람을 보고 관계하는 자들이다. 여자들이 맺고있는 관계에는 길녀의 두번째 아기를 살리고 길녀도 살리는, 또한 서로의지하며 연명할수 있는데 반해 남자들의 관계에서는 갈등과 죽음과 폭력이 난무함을 볼수있다. 이것을 보다 확대해서 볼수도 있고 여자들과 남자들의 관계를 비유적으로 봐도 흥미롭게다는 생각이다.
이런 남녀의 인간관계를 말고도 이 책은 역사의 엄청난 질곡에서 아무도 자유롭지 못함을 또한 말한다. 우물안에 개구리인양 보이는 길녀에게도, 황점개라는 천출신의 사람도 생각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는 변화는 물론이고 전쟁이나 이념의 갈등으로 번지게 되는 폭력과 갈등에서도 피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이것은 아마도 역사안에서는 누구도 타인이 될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길녀가 듣는 천둥소리는 분명 그녀에게 다가오는 역사의 폭풍이고 폭력이고 전쟁이고 삶을 변화시키려는 어떤 힘일 것이다. 그 천둥소리가 암시하는 역사속에서도 위에는 남녀의 구별된 시각으로 봤지만 사람들끼리 나누는 정분이 책을 읽고난후에도 남는 것을 보면 그 정분이 이 책의 주요한 뼈대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