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땅 낮은 이야기
복거일 / 문학과지성사 / 1988년 3월
평점 :
품절


군인과 군대시절이야기를 소설로 보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고 유쾌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책을 펴는 순간 펼쳐질 삭막한 위계질서와 부조리가 악귀처럼 달려들것 같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예전의 군대시절의 이야기라면 얼마나 살벌할까 라는 생각에 주저함이 당연하기도 하고...

복거일의 이 책은 그러나 군대의 살벌한 질서나 계급 폭력등을 신랄하게 고발하는 책이 아니다.

관측장교가 전하는 이야기는 말도 안되는 사건과 사고가 당시 있었다는 것을 왠지 따스하게 전해준다. 서서히 알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개성과 남북대치로 잃거나 다치는 모습을 세월이 흐르는 것 처럼 풀어준다.

이상하게도 이 책에서는 군대내의 위계질서나 폭력이 전면에 나타나지 않는다. 관측장교는 마치 군생활을 지금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군대생활을 이미 알고 있고 그 아까운 젊음이 죽을걸 알고 있고 비록 몸을 파는 여자이지만 슬픈 사연의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고 다시는 못볼 잠시 스쳐갈 사람들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처럼 담담히 말해간다.

이 책의 미덕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군대말고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지난 옛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당시 사람의 목숨이 순식간에 앗아가는 현실를 전해주므로 당시 사람들의 순박함과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사람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은 분화되고 전문화되고 여러가지것들이 덧붙여진 지금의 현대인이전에 자연과 목숨이 위협받는 단순한 장소에서 사람들을 대면할때 생기는 따스함이다.

그래서 이책을 읽은 동안 있을 것 같은, 그리고 잊었지만 그리운 사람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나게 한다.

수많은 사건과 만남과 아련함이 분단때문에 생기는 일이라 생각되어지는 순간 그래도 왠지 통일이란 거창한 주제를 생각할수 있음이 그 동안 수많이 그 땅을 스쳐간 사람들과 스쳐갈 사람들을 염두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면  가능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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