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7번째 기능
로랑 비네 지음, 이선화 옮김 / 영림카디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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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7번째 기능》

 


 

『언어의 기능』 로만 야콥슨 (러시아 언어학자)

지시적 기능 감정 표현적 기능 능동적 기능 친교 적 기능 메타 언어적 기능 시적인 기능 ?

소설을 읽기 전에 ‘언어의 기능’엔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이렇다 할 답을 찾지 못하고 책장을 펼쳤다. 아마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이 아닌 어느 학자의 이론이겠구나 생각하면서. 작품을 읽기 전에 나의 호기심을 너무나 자극하고 또 한편으론 읽기를 망설여지게 했던 것이 바로 ‘20세기 최고의 지성들 사이에서’ 혹은 ‘지적스릴러’ 등의 수식어들이었다. 결국 이 면면들 때문에 중간에 책읽기를 포기하고 싶을 만큼 지독하게 힘들었고 또 그 이유 때문에 끝까지 다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작품은 너무나 불친절하다. 설명 없는 장면전환, 일반적인 스릴러물이라면 크게 다루지 않았을 등장인물들의 대화 혹은 토론 내용, 극본도 아니면서 지문까지 동원하여 세세하게 묘사한 인물들의 대화, 생각, 표정과 제스처까지. 게다가 철학과 역사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은 절대 이해 못할 내용. 이런 곁가지들을 따라가다가 이야기의 큰 줄기를 놓치기도 여러 번.

 

막상 결론까지 읽고 보니 이야기의 기승전결보다는 그 과정 속에서 주인공이 겪었던 일들이 소설의 중심이었다. 언어의 7번째 기능에 대한 힌트도 이미 소설 초반부에 던져 주었고 이 언어의 기능의 비밀보다는 누가 이 기능을 얻으려고 하는지, 이 기능을 얻기 위해 어느 선까지, 혹은 어느 조직이 움직이고 있는지, 그 와중에 ‘롤랑 바르트’ 는 누구에게 죽게 되었는지 등이 중심이 되어 전개되고 있다.

 

또 하나 소설을 기대하게 했던 요소인 ‘바야르 경위’와 샌님 학자 ‘시몽’콤비의 활약은 언어와 3단 논법, 각종 철학자와 예술의 담론이 넘실대는 이 소설을 현실로 끌어오게 하는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롤랑 바르트’ 죽음을 파헤치며 단서를 좇아 다양한 도시를 방문하게 되는 주인공들은 죽음의 고비를 넘기도 하고 약에 취하거나 환락(?)의 짜릿함도 경험하게 되지만 샌님 학자 ‘시몽’이 소설 후반부로 가면서 ‘로고스 클럽’ 이란 은밀한 언어집회, 혹은 토론클럽 내에서 단계를 높여가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라 말할 수 있다.

 

손가락을 걸고 행해지는 긴장된 대결, 이 소설은 오로지 이 장면을 위한 게 아닐까 하는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이 점이 소설의 하이라이트이며 끔찍하지만 시원한 결말을 선사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언어의 7번째 기능 무엇일 것 같은가? 예로부터 ‘두려움’을 잘 이용하는 자들이 세상을 지배해왔다. ‘두려움은 힘의 담론에서 생기며 결국 연설을 잘 하는 자가 두려움과 사랑을 일으키는 능력으로 세계를 지배했다‘ _p286_ 그리하여 ’언어‘를 가진 자가 항상 가장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지 않았던가. _p285_ 지금도.

 

이 소설은 철학과 예술 대화 혹은 담론, 토론, 언어학, 기호학, 지적유희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좋아할만한 작품이고 나처럼 이 분야에 문외한 이라면 좀 힘들 수는 있겠지만 미스터리와 추리 반전,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번 쯤 도전해도 좋을 만한 작품이다. 이야기 자체를 따라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 과정의 세세함을 즐기는 독자도 좋아할 만한 작품이다. 아! 그리고 움베르트 에코, 미테랑, 데리다 등 실존인물들의 등장과 활약도 중요한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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