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변호사 고진 시리즈 5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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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작가의 전작들을 연달아 읽느라 올해 나온 신작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고 나서 그의 작품들을 연달아 읽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놀랍게도 이 작가의 작품은 단 하나도 실망시킨 작품이 없었다는 거! 이번 작품은 어떤 내용인지 기대하면서 사전 조사도 하지 않고 바로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참 나쁜 작가 같다. 나를 이렇게 울릴 줄이야.


이 소설의 주인공은 바로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다. (작가의 작품은 '어둠의 변호사 고진' 과 '백수 탐정 진구' 시리즈가 있다.) 실은 좀 밝고 엉뚱한 진구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는 하는데 고진의 시크하면서 다소 어두운 모습도 매력적이다. 비뚤어진 입술과 다크한 성격에 어울리게 '헤비메탈'을 좋아하는 것도 정말 너무너무 좋고! 여담이지만 작가가 '블랙홀' 팬이신가 보다. 소설 속에 블랙홀 1집 LP가 등장하는데 고진이 그걸 너무 갖고 싶어 하는 설정이라니. 그 장면에선 고진이 너무 귀여워 보였다. 이래서 내가 작가를 더욱 좋아하는 거다.


이번 작품은 '블랙홀'의 등장으로 알 수 있듯이 등장인물들이 80년대에 대학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다. 이젠 40대로 접어들어 나름 사회에서 자기들의 기반을 잡은. 소설 도입부에 그 시대와 그 시대를 보낸 사람들을 설명한다. 그것도 음악으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낮엔 최루탄과 짱돌을 들다,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밤이면 바닷가에 모여든 외인구단 루저들은 지옥 훈련을 견디며 청춘을 거머쥐려 했다는.


그때 사랑하던 한 여인을 차지하기위해 나란히 운동장 라인에 서서 달리기 경주를 하던 남자 넷과 여자 하나가 있었다. 그들 중 하나는 머나먼 이국 땅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낚싯줄에 목 졸려 죽었고, 여자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 그 둘의 결혼 후 거의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은 20여년 만에 다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너무나 사랑했던 두 사람의 불행을 지켜보며 용의자, 혹은 참고인이 되어 재판을 바라본다. 그리고 '고진'은 이 여자의 변호를 맡아 법정에 서게 된다.


'고진'은 판사를 하다 답답해서 떼려치우고 변호사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법정엔 단 한 번도 서지 않았다. 법정까지 가지 않고 그 전에 여러 합법(이긴 한데 조금 넓은 범위로) 적인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버렸으니까.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그런 '고진'을 법정에 세운다. 그렇다 보니 소설의 거의 반은 법정 장면이 차지한다. 그런데 사건은 직접적인 증거는 없이 정황 증거 뿐인데다 소거법으로 지워가다 보니 아내가 살인범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를 받쳐주는 유일한 증거는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기 어려운 '거짓말 탐지기'결과 뿐.


그러니 냉혹한 검사는 이기기 위해 증거보단 사람들의 감정을 이용하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다. 소설을 읽어보니 이는 보통 피고 쪽에서 신청하지 검사 쪽에서는 신청하지 않는다고. 소설은 법정 공방 장면과 범인을 추적하는 모습이 비등하게 펼쳐진다. 과연 여자는 진짜 범인인지 아닌지, 진범은 누구인지에 관한. 그런 과정에서 재판은 몇 번의 속행을 거치게 되고 검사는 여자가 범인일 수밖에 없는 결정적 증거들을 내밀며 고진을 구석으로 몬다. 고진은 증거를 찾기 위해 콤비인 형사 '이유진'과 함께 러시아까지 날아가 사건을 조사한다. 그리고 드러나는 그들의 비밀. 과연 고진은 어떤 식으로 사건을 마무리 하게 될까?


이번 작품은 내가 읽은 작가의 작품들 중에 단연 최고였다. 아직 '순서의 문제'는 못 읽어 봤지만, 영화화까지 된 직 전작《유다의 별》보다도 더 드라마틱했다. 고진이 멋지게 마무리 한 결말은 정말, 눈물이 날 만큼 놀라웠고 처연했다. 마무리 방식보다 등장인물들이 보여준 80년대, 386세대의 정서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랑과 우정의 드라마는 너무도 가슴 절절하고 안타까웠다. 이러니 내가 작가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거다. 영화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고 그보다 더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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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2016-09-07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이분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평이 좋아서 언젠가 읽어봐야지 하는 작가 입니다.

작성하신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