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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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어째 범죄문학, 소위 말하는 장르 문학은 아직도 문학으로써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은데 이런 스타일의 드라마는 오히려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듯하다. 흔히 말하는 ‘막장 드라마’ 조차도 그 형식은 웬만한 추리, 스릴러 소설 못지않은 것을 보면 말이다. 더 의아한 것은 본격스릴러, 범죄 드라마들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높은 시청률을 구가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예전엔 이런 스타일의 소설들이 내용이 비현실적이거나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요즘은 소설이 현실을 못 따라 가는 것 아닌가 싶게 현실은 잔혹하다. 잔인한 짓을 저지르는 나이는 점점 낮아지고 가진 자들이 벌이는 비위는 상상을 넘어선다. 이런 현실 속에서 범죄문학은 이제 어찌해야 할까.

 

‘추리소설의 여왕‘ 서미애 작가의《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역시 끔찍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며 독자의 숨통을 조인다. 차라리 엉엉 울 수라도 있으면 좋은데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막히는 고통은 내 짧은 능력으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자식을 먼저 잃은 고통을 어디에 비할 까. 자식을 먼저 보낸 부부들은 대부분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아픔을 잊으려 혹은 이겨보려 한다. 소설 속 주인공 부부도 그러했지만 결국 아내는 속으로 암을 키우고야 말았다.

 

소설 도입부의 숨 막히는 불안은 그 끝이 어디로 향할지 몰라 독자를 불안하게 만들고 중반 이후의 불안은 먼저 보낸 딸이 또 어떤 일을 당했구나, 범인은 어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거나 죽음에 어떤 비밀이 있겠구나 등등의 상상을 하게 만들며 그 상상보단 마주하게 될 진실이 무엇일까에 더 두려움을 가지게 만든다.

 

이제는 홀로 남은 주인공은 이 시대의 평범한 가장이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사랑하는 딸이 품은 꿈을 위해 주말마다 딸과 별을 보러 다니는 딸 바보였다. 아내가 죽어가며 남긴 한 마디 말로 이 남자는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진실을 찾기 위해 위험한 행보를 이어간다. 그리고 끔찍한 진실은, 대체 누가 가해자인지 고민하게 만들고 시대가 낳은 거대한 악마를 직면하게 한다.

 

물론 그렇다. 모든 개인의 잘못을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건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 시대를 이렇게 만든 잘못을 비껴가긴 힘들 것 같다. 다른 시점으로 진행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만날 때 예상했음에도 너무나 화가 나고 힘들었다. 가해자가 희생자가 되고 또 다른 가해자는 또 날 때부터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리고 소설은 결말을 향해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작가는 주인공의 입을 빌어 말하고 있다. “만일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으면 뭔가 달라질 수 있었을까, 라고.” “우리가 사는 이곳이 지옥이 된 이유는 악마들이 나쁜 짓을 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소설의 발단이 된 단원고 학생의 빈 방을 찍은 사진과 작가가 경험한 죽음으로 인한 가족의 부재. 작가는 타인의 고통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뼈를 깎는 고통으로 이 소설을 마쳤으리라.

 

그러니 이런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소설’ 이 가지는 힘은 약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험한 세상에서도 그런 현실을 그대로 담은 끔찍한 이야기 속에서도 여전히 작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하고 있으니까. 그 ‘질문’이 바로 소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펼치자마자 한 번도 쉼 없이 다 읽어버린 소설.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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