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읽어낸 우리 고대사 - 대륙에서 열도까지
정형진 지음 / 휘즈북스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문화로 읽어낸 우리 고대사》

 

 


요즘처럼 신조어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경우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관심을 가진다 해도 중, 고등학생들과는 대화가 조금 어렵겠다 싶을 정도로 다양한 말들이 만들어진다. 계층 안에 쓰이는 은어뿐만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 보이는 신조어 들이 있는데 그 중에 무슨, 무슨 충(蟲)이란 말이 있다. 어떤 말에 뒤에 ‘충’을 붙여 혐오하는 뜻으로 쓰는 말이 그것이다. 왜 이렇게 서두가 기냐면 바로 ‘환충’이란 말 때문이다. 이는 ‘환단고기’를 맹신하는 사람들을 혐오하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이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역사, 특히 사료가 부족한 고대사는 일제 강점기에 이미 왜곡 될 대로 되었고 조선사편수회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 주류 사학계의 문제점은 이미 다양한 자료를 접해 알려졌다. 게다가 동북아역사재단 조차도 제대로 된 역사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식민사학의 그것을 알리고 있음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 고대사를 연구하는 비주류 역사학자를 일명 ‘재야사학자’로 칭하고 나아가 ‘환충’이라는 한마디 말로 조롱하는 세태가 너무나 충격이었던 것이다.

 

역사는 결국 발굴과 발견 그리고 해석의 학문이 아니던가. 사료가 풍부한 조선역사 조차도 시대와 정권 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지는데 절대적으로 사료가 부족한 고대사를 일평생을 바쳐 연구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제대로 살펴보고 평가해도 늦지는 않을 텐데 그저 한마디 말로 그 노력을 매도하는 행위가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이 가지는 의의는 어떤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뭔가 기시감이 들어 저자를 확인했더니 전에 너무나 흥미롭게 읽었던 <고깔모자를 쓴 단군>, <천년왕국 수시아나에서 온 환웅>,<한반도는 진인의 땅이었다>를 쓴 ‘정형진’ 이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그저 ‘문화로 읽어낸 고대사’ 라는 독특한 발상에 이끌려 읽게 된 것이었는데 얼마나 반가웠던지!

 

저자의 기본 기조는 고대사는 주변과의 접변보다는 ‘주민의 이동’과 함께 발전되었다는 것을 따른다. 즉 교류와 흐름의 관점으로 역사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리하여 현재 중국, 한국, 일본을 아우르는 공통분모의 역사를 이야기 하며 대립보다는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정설로의 역사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 고대사를 살펴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시간적 흐름에 따르기 보다는 현재 우리에게 남아있거나 발견된 흔적들에 남아있는 다양한 문화와 계층들의 원류를 추적하고 주변국에 남아있는 비슷한 흔적들도 비교하고 있다. 특히 신라인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환인 제석이 쓴 고깔의 의미, 편두와의 연관성, 태극기의 음양 태극과 과거 우리 역사에 남아있는 태양을 형상화한 삼태극의 차이점, 칠지도 전달의 이야기, 전작에서 다루었던 진인의 이동과 일본 역사와의 관계 등 이제껏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사진과 사료들로 복원되고 있다.

 

나는 평소 자료가 부족해 더욱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되는 고대사에 관심이 많았다. 환단고기가 조작된 것인지 아닌지 이를 믿는지 아닌지 보다 다양한 학자들의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것이 좋았다. 정설은 없는 만큼 나에게는 모든 주장과 이론이 동등하게 중요하고 각각의 이론이었다. 그 중에는 과학자도 있어서 별자리와 사료에 나타난 자연현상의 연구로 상고사를 복원하는 저자도 있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떤 인물 혹은 어떤 세력이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떤 문화를 가지고 이동하고 다른 문화와 어떻게 융합하고 발전해 왔는지를 상상할 수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다. 역사는 바로 ‘상상력’이라는 것을. 어떤 틀을 정해놓고 바라보면 그 틀에 맞지 않는 것은 그저 조작이나 착각, 어리석음 밖에 될 수 없다.

 

역사는 우리에게 말한다. 늘 열린 시각을 가지라고. 어떤 주장이든 어떤 연구든 그 안에선 이를 받쳐줄 증거들이 존재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와 그 증거들을 대조하고 확인해가는 과정을 즐겨보기를 바란다. 비판을 한다면 그 후에 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 보단 이 책은 정말 재밌다. 그리고 그 증거들은 꽤 설득력이 있다. 적극적으로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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