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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이니
배영익 지음 / 네오픽션 / 2017년 8월
평점 :
《내가 보이니》
현대적인 스릴러물에 예스러운 ‘도깨비감투’라니. 머리에 쓰면 투명인간이 되는 감투를 범죄자가 얻게 되면 어떻게 될까. 혹은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던 사람이 이 감투를 얻게 되면 어떤 식으로 변하게 될까. 그리고 내가 얻게 되면 삶이 어떻게 달라질 까 여러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소설 속에 선 어떤 인물이 이 감투를 쓰게 되는지 이야기 속에서 이 감투의 역할은 어디까지일지도 무척 궁금했다. 여러 미스터리 소설을 접했지만 이런 소재는 처음인 탓이다.
소설은 펑펑 내리는 눈 때문에 마비된 고속도로 위에서 시작된다. 실패한 프로파일러 출신의 다큐멘터리 감독. 그는 한 무시무시한 살인마를 뒤 쫓는 중이다. 가까스로 그를 거의 다 따라 잡은 모양인데 눈 때문에 길이 막혀 그를 놓치기 일보 직전이다. 그리고 그의 입으로 이 기상천외한 살인마를 뒤 쫓게 된 이야기를 시작한다.
바다에서 커다란 여행 가방에 무거운 돌과 함께 수장된 여러 구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들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지문 등의 흔적이 모두 지워진 상태라 신원을 알 수 도 없는 데다 살해 된 시기나 연령, 성별이 모두 달라 범인의 윤곽도 잡기 어렵다. 다른 건으로 다큐를 찍고 있던 주인공은 직감적으로 이 사건 해결 과정을 촬영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어 언론 매체를 극도로 경계하는 수사부와 적당히 밀당을 하며 결국 한 팀이 되어 수사를 지원하게 된다.
한편 학원을 하다 파산 위기에 맞닥뜨린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빚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데 극도의 압박감 앞에 학원 화재사건을 조작해 보험사기를 치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그에게는 말 못한 비밀이 있는 듯하다. 과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를 감사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나타나 목숨을 위협하고 심지어 과거의 일과 관련돼 보이는 여자 귀신이 나타나 자신을 괴롭힌다. 그는 골동품 상점을 하는 전 장인을 찾아가 귀신을 막아준다는 장승과 복숭아나무 가지 등을 받아 오는데 그 장승의 머리위에 씌어 있던 것이 바로 도깨비 감투였다.
그는 감투의 효력을 알아차린 후로 이를 이용해 여러 번 목숨의 위협에서 벗어난다. 그런데 이 감투의 주인은 자신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 감투를 가졌던 다른 주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이상한 죽음이 알려진다. 그는 점점 감투의 노예가 되어간다. 감투를 쓰면 쓸수록 벗기가 어려워지고 욕망은 커지며 화를 참기가 어렵다.
소설은 이 두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감투를 가진 남자, 이 남자는 왜 목숨을 위협 받는 걸까. 그리고 이 두 이야기는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될까. 등장인물들은 어떤 식으로든 조금씩 연결이 되어 있고 과거의 비밀이라는 미스터리와 전대미문의 연쇄 살인마를 잡은 현재의 스릴러가 아주 적절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을 독특하게 만들어 주는 몇 가지 소재들이 있다. 첫째, 연쇄 살인마의 성격이 그렇다. 그는 살인을 즐기는 캐릭터가 아니고 그저 필요 때문에 살인을 하고 그 살인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자다. 사이코패스로 표현하기에도 너무나 애매하며 살인의 광기에 휩쓸려 죽이고 사람을 죽이는데 희열을 느끼는 그런 자도 아닌 것이다. 또 하나, 귀신과 도깨비감투는 이 소설을 다른 소설과 전혀 다른 소설로 만들어 주는 일등 공신이다. 분위기를 환상적으로 만들지만 절대 유치하진 않다. 그리고 마지막은 프로파일러 출신의 다큐멘터리 감독의 활약이 그것이다. 그는 이 소설의 화자이며, 실패했지만 경찰이었던 과거의 인맥과 독특한 프로파일링으로 범인을 잡고 사건을 해결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소설은 펼치고 단숨에 읽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인간의 욕망‘ 그 다양한 욕망들이 이 소설을 이끄는 견인차다. 성공에의 욕망, 복수에의 욕망, 정의에의 욕망, 비뚤어진 사랑과 이해하기 힘든 정서를 가진 등장인물, 그리고 후반부 범인과의 두뇌싸움에 적절한 액션은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린다. 미스터리와 범죄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정말 좋아할 소설이고 내게 있어서는 근래 출간된 소설 중 손에 꼽을 만큼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일독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