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괴담의 테이프》

 


 

괴담하면 도시 괴담과 학교 괴담이 떠오른다. 어느 학교, 어느 마을이든 이런 괴담하나 갖고 있지 않는 곳이 있을까? 꼭 아파트나 학교는 공동묘지 위에 세워지고 마을에는 꼭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가족이 있기 마련이다. 실체가 불분명하기는 하지만.

 

내가 아는 후배는 도시에서 좀 떨어진 산 중턱에 있는 대학교 근처 도로를 지나가다가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을 봤다고 했다. 참 웃긴 것이 이제껏 몇 십번을 들었는데도 늘 들을 때마다 새롭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얘기를 하게 되는 분위기가 있기 마련이다. 편한 술자리가 길어져 자정을 훨씬 넘긴 다거나 엠티나 캠핑을 가서 모닥불 앞에 앉았을 때 자신이 들었거나 겪었던 괴담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 하니까.

 

‘미쓰다 신조’ 하면 호러 미스터리의 장인이 아니겠는가. 나는 ‘사상학 탐정’ 시리즈로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호러와 유머, 추리와 미스터리가 적절하게 융합된 작품을 쓰는 작가로 기억한다. 이번 작품은 ‘괴담’을 엮은 단편집 이라 기대가 컸다. 특히 여름엔 이런 작품이 더 끌릴 수밖에 없는데다 표지에 그려진 노란 우비의 ‘그것’은 사람인지 귀신인지, 작품의 매력을 더욱 이끌어 올렸다.

 

읽다보니 그랬다. 대체 이게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그러니까 각각의 단편들 사이에 있는 막간(1),(2)는 이 작품을 내는 과정에 있었던 이야기 그대로 인지, 아니면 이 조차도 창작인지 아리송했다는 말이다. 작가는 친절히 조언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가 이상한 경험 -편집자 도키토 미나미가 한 비슷한 체험-을 했다면 일단 기분전환을 하라고. 역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상한 경험을 한 이후로 작가의 작품은 밤에는 번연하지 않는다고. 그럼 나는 어땠냐고?

 

단편들 중에 생각만 해도 섬뜩한 작품들이 있었고 크게 와 닿지 않은 작품들도 있었다. 나는 그러니까 등장인물이 일단 상식적, 논리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무섭다’란 생각보다는 ‘답답하다’란 생각을 먼저 하기 때문이다. 스쳐지나가는 것’에서 현관문을 미친 듯이 두드리는 ‘그것’을 피하기 위해 주인공이 했던 행동은 좀 답답했는데 대체 그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원하는 건지 생각하면 또 섬뜩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우연히 모인 네 사람’은 그랬다. 산행을 위해 모르는 사람이 모였는데 이들을 모두 아는 주선자는 오지 않으면 기차 출발 시각까지 기다릴게 아니라 먼저 전화해보는 게 상식 적인 게 아닌지. 가만 생각하니 일본과 우리의 문화가 달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린 뭐든 빨리빨리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니까. 휴대폰은 어딜 가든 꼭 들고 다니고.

 

하여간에 그런 웃긴 생각을 하면서 내 스타일에 꼭 맞는 단편을 발견했으니 ‘시체와 잠들지 마라’ 가 그랬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곳쿠리님’이라는 우리나라에서 ‘분신사바’로 알려진 주술로 점을 치는 할머니가 먼 친척의 장례식에 가야하는 손자를 위해 ‘시체와 잠들지 마’란 계시를 받아 당부를 한다. 그러나 시체를 뜻하는 줄 알았던 ‘시카바네’는 다른 말 이었다는. 그래서 끔찍한 결과를 맞이했다는 이야기.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은 이미 죽은 자가 녹음 한 것이 아니라 자살할 당시 녹음한 테이프를 듣고 적은 내용인데 그 내용도 뭔가 비밀이 있지만 그 테이프를 들은 사람 주변에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일들에 관한 내용이다. ‘빈집을 지키던 밤’은 일일 아르바이트로 빈 집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받는 사람의 이야기 인데 막상 그 집에 가보니 부부 중 한 쪽은 할머니가 살고 있어 빈집이 아니라고 하고 한 쪽은 할머니가 죽었다고 한다. 그 할머니는 산걸까 죽은 걸까. 뭔가 이상한 집 주인 부부의 행동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전체적으로 보면 아마도 이 단편들은 너무나 ‘일본 스러운’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자를 대하는 태도, 문제가 닥쳤을 때 해결하는 방법, 괴담의 스타일 등 우리의 괴담은 이야기의 기승전결과 디테일이 살아있다면 일본의 괴담은 뭐랄까 분위기나 소리, 느낌과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 평소 일본 문화와 풍속 민담 등에 관심이 많았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고, 단편이 주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나는 밤에 읽어도 별 문제 없었는데 나처럼 둔한 사람이 아니라면 역자처럼 혹시 기묘한 체험을 할지도 모르겠다. 도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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