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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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란 작가를 좋아한 지가 참 오래 된 것 같다. 처음《외뿔》이란 작품으로 알게 되어 그의 장편을 모조리 찾아 읽고 헌책방이나 서점에서 그의 책을 사 모았다. 그러다 SNS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그것 때문에 곤혹을 치르거나 이 후 암 투병을 하고 결국 이겨내는 모습들을 쭉 지켜보면서 어떤 때는 응원하다가 또 어떤 때는 걱정하면서 함께 시간을 걸어왔다.

 

훌륭한 장인과 동 시대를 산다는 것, 그리고 그의 성장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시간은 얼마나 소중한가. 그 사람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노력하고 애쓰고, 좌절하고 쓰러졌다 다시 일어서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공유하고 때로는 실망했다가도 다시 멋지게 재기하는 모습에 박수를 치며 응원하는 그 모든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이외수는 내게 아주, 아주 특별한 작가이다.

 

이번 작품은 그가 암 투병을 이겨내고 쓴 담백한 에세이다. 김장을 담그고, 암 투병 이후 전 에는 못 먹던 김치를 먹고 그 맛에 눈 뜬 이야기며 덕분에 술을 끊고 차를 즐기게 되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늘지 않는 체중에 고민하는 모습, 문학관에 방문하는 팬들과 담소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노래도 하고 멀리 집 밖에 놀러나간 반려 견 매, 난, 국, 죽 이를 찾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소소하게 그려진다. 전에는 늘 작가 자신이 그림을 그렸는데 이번엔 ‘정태련’ 작가가 그림을 그렸단 게 다른 점이다.

 

한 때 그의 작품에서 식상한 표현들을 발견하고 조금 실망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이번 작품에도 비슷한 표현들이 보이긴 하지만 전과 달리 멋 부림이나 힘을 좀 뺀 것 같아서 좋았다. 아니면 이것이 혹시 내가 오래된 팬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너무나 그이다운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모르겠다.

 

또 나에게 달라진 점이 있다. 짧은 글들을 읽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작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단 거다. 이외수가 얘기하면 나도 내 얘기를 하거나, 맞장구를 치고, 때론 푸념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책에다 그 얘기를 적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일방적으로 작가가 얘기하고 나는 듣는 것이 아닌, 함께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경험은 내게 너무나 소중했다. 나 또한 분야는 다르지만 작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내 작품이 누군가에게 이런 느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역시 책은 변화무쌍하다. 책의 넓은 빈 공간이 이렇게 채워지기도 하는 것이다. 작은 이야기, 작은 경험들이 이런 거대한 울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종이에 거대한 세상이 들어있다. 이런 깨달음, 이런 느낌을 알게 해준 작가에게 무한한 사랑을 전하고 싶다.

 

가짜가 인정받고 가짜들이 득세하는 세상에 진짜인 사람들은 어쩌면 외면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 모든 외로운 진짜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나 또한 ‘장인’이 되어 이런 경험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외수 작가와 동시대에 살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오래오래 좋은 글 써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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