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거 1992
조장호 지음 / 해냄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휴거 1992》

 


 

올 여름 『해냄』에서 나온 미스터리 3종 세트 《휴거 1992》《매직 스피어》《부유하는 혼》모두 읽었다. 3편 모두 독특한 발상과 짜임새 있는 구성, 훌륭한 문장력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특히《휴거 1992》는 마치 영화 한편을 본 것처럼 시각적으로나 캐릭터 묘사로나 모든 것이 압도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쇼박스’에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니 너무 반가웠다. 잘만 만들어 진다면 아마 ‘곡성’(2016)이나 ‘검은 사제들’(2015) 같은 영화를 잇는 대작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일명 ‘사이비종교’에 빠져드는 사람의 심리가 궁금해 학부 시절에 이와 관련된 수업을 들을 적이 있다. 그 수업에서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종교가 있는지 알고 깜짝 놀랐다. 진정 종교의 천국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많았다. 한참 '도를 아십니까‘가 기승일 때라 일부러 따라갈 만큼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요즘 생각해보면 사이비 종교가 따로 있나 싶다. 정식으로 공인된 종교조차도 사이비 종요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여서 말이다. 요즘 작태가.

 

하여간 각 종교들이 가진 신과 교리, 선악의 판단, 내생의 형태들은 조금씩 형태는 다르지만 인간의 고통이나 두려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그런 인간의 약점을 이용해서 어떤 인물이 악의적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할 때 ‘사이비’ 종교가 되는 것 아닐까. 그리고 그 ‘누군가’는 인간의 심리를 꽤 뚫고 있어야 한다. 어떤 부분을 파고들면 무너지는지 잘 알고 있으며 그런 것으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너무나 똑똑하고 냉철한 사람.

 

소설 속 사이비 종교 <하늘의 재림 교회>의 목사 ‘임창도’ 또한 그런 인물이다. 그는 인간의 어둡고 아픈 부분, 두려움과 고통, 트라우마를 파고들어 마음을 허물어 버린 뒤 그에게 복종 하도록 만들고 그가 내세운 ‘어린 선지자’를 이용해 기적을 만들어 낸 후 눈이 먼 신도들의 재산을 갈취했다. 그리고 교회 조직은 신도 서로를 감시하도록 만든다. 일반 적인 사이비 종교의 모습이다.

 

외딴 산에 모여 생활하던 의문의 교회, 그 교회 안에서 끔찍한 모습으로 죽은 100여명의 신도들. 주인공인 ‘양형식’ 과장을 필두로 일산서 수사1팀이 이 전대미문의 사건을 맡아 조사를 시작한다. 100여구의 시신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15세의 소년과 금고털이로 유명한 이혁세가 발견되면서 조사에 탄력이 붙고 경찰은 이 둘을 심문하며 사건을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경찰 내부의 정치게임, 언론의 압박 속에서 과거 1992년 휴거 사태 때 어머니를 잃은 트라우마를 지닌 형식은 조금씩 허물어지려는 마음을 다잡으며 특유의 냉철함으로 수사를 지휘한다.

 

그러나 사건은 쉽지 않다. 파고들수록 그 사건 안에 내재된 절대적 어둠과 진위를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그들의 발목을 잡는다. 어느 순간 현재의 사건은 과거 1992년과 맞닿는다. 사이비 교회를 조사하던 교회 내 비밀 조직 <이단 수사회>의 이야기는 이단인지 진정한 악마인지 모를 그들의 정체에 대해 ‘조심하라’는 당부뿐이다. 독자야 제 3자의 입장에서 냉철함을 유지 할 수 있지만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눈과 귀를 믿지 못하는 극심한 혼돈에 빠지고 만다. 이성은 거짓이라 생각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을 아주 정확히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문장은 짧고 군더더기가 없다. 책을 펼치자마자 단숨에 읽을 만큼 집중력도 좋았고 이야기는 설득력 있다. 캐릭터는 선명하게 그려지지만 시시각각 흔들리는 심리를 너무나 간결하게 잘 표현해 매력적이다. 시각적 묘사, 사건의 조사와 이야기의 흐름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극적인 반전도 잘 표현되었다. 후반부의 대결 장면은 블록버스터의 형식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긴장감이 있고 결말도 멋지다. 영화화 된다면 미스터리와 스릴러, 호러까지 적절하게 조화된 아주 무시무시한 작품이 될 것 같다.

 

올해 읽은 책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최고라 할만하다. 책을 읽는 내내 ‘와우 대박‘ 이 생각을 계속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읽은《고고심령학자》와 함께 이 작품도 너무나 추천하고 싶다. 마니아가 아니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섬뜩한 것만 참을 수 있다면.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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