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의 문제 진구 시리즈 1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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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의 문제》

 


 

<나를 아는 남자>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작가 ‘도진기’와 그가 창조해 낸 매력적인 캐릭터 ‘백수 탐정 진구’. 진구 시리즈는 <순서의 문제>를 시작으로 <나를 아는 남자><가족의 탄생>에 이어 가장 최근 2017년 6월에 발표된 <모래바람>으로 이어진다. 이런 작품은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는 게 재미있는데 어쩌다 보니 순서와 상관없이 시리즈를 다 찾아 읽게 되었다. 그만큼 기대가 큰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순서의 문제>는 백수탐정 진구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으로 그가 해결하는 자잘한 사건들을 모아놓은 ‘사건 집’ 의 형태를 띠고 있다. 단편들이지만 이야기는 이어지고 주인공도 같다. 앞으로도 이어질 진구의 활약에 서막을 여는 작품들이라고나 할까? 진구가 셜록홈즈 라면 왓슨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해미’ 와 만나게 된 과정과 그 둘의 캐릭터가 잘 표현되어있다.

 

소설 속 해미는 진구와 소개팅으로 만나게 되었고 진구가 해미의 큰 아버지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해 주면서 둘은 사귀는 사이가 된다. 그리고 해미는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진구를 닦달하고 사건을 물어다 주고 또 함께 해결하면서 찰떡궁합 케미를 자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리고 살짝 언급된 베일에 싸인 진구 과거의 비밀은 앞서 말한 <모래바람>에서 본격적으로 그려지게 된다. 난 이미 그의 과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진구와 해미의 만남과 관계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소설은 총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순서의 문제>는 좁은 고시원에서 이렇다 할 직업도 없이 사는 진구가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특유의 촉으로 냄새를 맡은 사건을 담고 있다. 대리운전 손님인 남자가 진구에게 자신이 준 휴대전화로 강원도에 가서 자신에게 전화를 하고 오면 5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진구는 이상한 제안에서 범죄의 냄새를 맡고 과감하게 조사를 시작한다. 어떻게 되느냐고? 이 사건에서 진구는 아파트 한 채를 살 만큼의 수입을 얻게 된다. 멋진 해결!

 

여기서 진구가 어떤 인물인지 알아야 한다. 그는 착하고 선한 얼굴에 미끈하게 잘 빠진 훈남이다. 그런 그가 사건 해결에 뛰어드는 경우는 단 한가지다. 돈! 물론 사건 자체에 흥미를 느껴야 하겠지만 그 역시도 어떤 대가가 주어지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그 외의 시간엔 늘 집에서 이렇다 할 일도 없이 빈둥거린다. 물론 여기에서 어김없이 해미가 등장한다. 그녀는 지하철에서 본 한 이상한 남자의 이야기로 진구의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하지만 <대모산은 너무 멀다> 그건 해미의 이야기가 재밌어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돈’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랄까?

 

그리고 하나 더. 돈 냄새가 나지 않더라도 그가 움직이는 경우는 해미의 강요에 의해 혹은 해미의 안전을 위해 해결해야 될 일이 있을 때이다.<신(新)노란방의 비밀><뮤즈의 계시> 게다가 해미가 물어오는 사건은 자기 가족, 먼 친척의 일이기도 해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티켓다방의 죽음><환기통> 그리고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해미와 함께 해외여행을 가기로 한 늦잠을 자, 안 그래도 까칠한 여친의 화를 돋우어 위기에 봉착한 진구가 깜찍한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한 사건은 아마도 그 어떤 사건보다도 긴박한(?) 사건이 아니었을까.<막간: 마추피추의 꿈>

 

그는 법을 이용하거나 살짝 법을 비껴 자신의 이익과 실리를 취한다. 정의감 때문에 사건을 맡거나 해결하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게다가 그는 그냥 백수다 ‘어둠의 변호사 고진’처럼 변호사도 아니고 형사도 아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인터넷 기사를 뒤져 사건을 파악하고, 유족인 척 연기를 하거나 때론 과감하게 경찰의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언젠가 배운 문 따는 기술로 가택 침입을 하기도 하는 아주 재미난 인물이다.

 

<뮤즈의 계시>에선 도진기 작가의 또 다른 캐릭터, 앞서 언급하기도 한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 잠깐 등장해서 그의 활약에 양념을 치기도 한다. 그 둘은 앞으로 장편 <가족의 탄생>에서 대결 아닌 대결을 벌이게 되고, ‘이탁오 박사’와 함께 맞서게 되는 등 꽤 괜찮은 만남을 이어가게 된다.

 

이렇게 보니 난 미래에서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진구야, 나 미래에서 왔어. 넌 앞으로 멋진 활약을 하게 될 거야. 그리고 고진이란 변호사 봤지? 좀 기분 나쁘게 생긴 남자 말야. 그 사람 잘 봐둬. 너랑 아주 재미난 관계가 될 거거든.’ 다음 작품이 정말로 기다려진다. 이번엔 가장 최근 작 <악마의 증명>을 읽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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