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 진구 시리즈 4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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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바람》

 


 

‘도진기’ 작가의 신작이 나왔는데 그것도 백수 탐정 진구 시리즈라는 소식에 고민하지 않고 서점에 들렀다. ‘도진기’ 작가는 전직 판사로 현재는 변호사로 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아주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판사를 그만 두었다는 얘기에 ‘이젠 작품 활동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쓸 것’이라며 두 손 들어 반기던 팬 들 중 한명이 바로 나였다.

 

‘도진기’ 작가의 작품은 ‘백수 탐정 진구’ 시리즈와 ‘어둠의 변호사 고진’ 시리즈가 있는데 나는 어딘가 암울하고 시니컬한 고진보다는 그나마 좀 더 밝은 느낌에 엉뚱하고 돈을 좀 밝히는 진구를 살짝, 아주 조금 더 좋아한다. 게다가 진구 옆에는 진구 바라기, 엉뚱 발랄 구김살 없는 여자 친구 해미가 있으니까. 둘이 아웅다웅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사건 자체를 해결하는 것만큼이나 재미있다.

 

진구 시리즈는 <순서의 문제>, <나를 아는 남자>, <가족의 탄생>, <모래 바람>이 있는데 나는 ‘도진기’라는 작가를 <나를 아는 남자>를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인지 진구에게 더 애정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스케일로는 어둠의 변호사 고진 시리즈 <붉은 집 살인사건>,<라트라비아타의 초상>,<정신자살>,<유다의 별>,<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가 압도적이다.

 

또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진구와 고진이 한 번씩 만나게도 하고 가공할 만한 악의 화신 ‘이탁오’ 박사와의 대결을 그리기도 하며 작품세계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작가는 단편집이나 직업을 살려 법률 교양서를 내기도 했지만 앞서 언급한 것 때문에 장편을 좋아한다. 꾸준히 활동해서 이야기를 이어가 주기를 바랄 뿐이다.

 

《모래바람》는 진구의 이야기다. 그는 왜 그 똑똑한 머리로 이렇다 할 직업도 가지지 않고 백수로 살아가며 탐정 일도 딱히 열정적으로 임하지 않는지, 대체 어떤 사연을 가진 사람인지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시점은 <가족의 탄생> 이후 한 반 년 정도가 흐른 후이다.

 

한 대형 투자회자의 회장에게 아들의 애인이자 자신의 비서인 여자의 뒷조사를 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진구. 그러나 그 여자가 자신의 초, 중, 고 동창이며 자신의 거의 유일했던 친구였던 ‘연부’임을 알고 거절한다. 진구 바라기인 해미는 둘 사이에 뭔가가 있다는 낌새를 채고 진구에게 둘 사이를 추궁하지만 대답을 회피하는 진구를 의심하며 그 둘의 과거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둘의 비밀이 과거 중학교 때 역사학자였던 아버지들을 따라나선 실크로드 탐사 길에 있음을 눈치 채고 당시 이야기를 담은 책을 구해 읽기 시작한 해미. 그 책 속에 그들의 과거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연부와 진구의 아버지는 같은 역사학자로써 경쟁 관계에 있었고 연부와 진구는 같은 학교에 다니던 동갑내기 친구로 아버지들의 영향으로 경쟁 관계가 되었다. 그러던 그들이 함께 실크로드 탐사를 갔다가 지독한 모래 폭풍 속에서 나란히 아버지를 잃고 말았고 그 후 둘은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이다.

 

진구는 그럼 어떤 일을 의뢰받게 된 걸까? 과거의 일이 현재의 일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소설 속에선 연부와 회장, 회장 아들이 결혼 문제로 갈등관계로 그려지고 그런 와중에 회장이 살해당하고 만다. 그 사건에서 어떤 틈을 엿본 진구는 본능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어 회장의 부인과 거래를 하려고 한다. 진구는 연부와 어떤 관계이며 회장의 살인 사건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

 

이번 작품은 사건자체보다는 진구가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 해주는 데 비중이 더 크다. 결국 과거의 진구와 현재의 진구가 어떠했고 또 어떻게 달라졌는지, 왜 그가 ‘그’가 되었는지. 소설은 액자 식 구성으로 과거 실크로드 탐사의 이야기가 거의 같은 비중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굳이 따지자면 여러 건의 사건이 등장하는 샘이다. 결국 아버지 둘을 삼킨 ‘모래바람’이 현재의 진구와 연부를 만들었다고나 할까? 탐사 이야기는 무척 생동감이 있고 묘사가 현실적이라 책장은 순식간에 넘어갔다.

 

작가는 역시 사소한 것 하나하나 공들여 포석을 놓고 어디 한번 맞혀보라고 독자들을 도발한다. 현재의 이야기는 쉽게 풀렸지만 사막에서의 일은 조금 어려웠고 사건보단 진구와 연부의 처지에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제 진구의 과거도 밝혔으니 다음 작품에는 어떤 사건으로 돌아올지 너무나 기대 된다. 그 전에 아직 읽지 못한 소설집 <순서의 문제>,와 <악마의 증명>을 읽어보련다.

 

 [추리미스터리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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