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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본다 ㅣ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너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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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우리의 일상은 얼마나 판에 박힌 듯 돌아가는지. 늘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서 같은 시간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특별한 일이 없다면 또 같은 시간에 회사를 나와 집에 돌아가는 똑 같은 일상.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타고 내리기 쉽거나 노선을 바꿔 타기위한 가장 최적의 위치를 이용해서 이동시간을 최소화 하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한다.
그런데 만일 자신의 이런 생활패턴이 범죄의 표적이 된다면? 매일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존재하는 사람, 누군가 관심 있게 지켜본다면 그 사람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과거 세상이 험악해 지지 않았을 땐 이런 패턴 속에서 사랑이 싹트기도 했지만 말이다. '늘 지켜봤어요' 이런 식상한 멘트가 어울리는.
소설은 어쩌면 특별한 추억이 될지도 모르는 이런 상황을 끔찍한 범죄의 순간으로 만들어버린다. 주인공 '조 워커'는 늘 같은 시간, 같은 지하철 같은 길만 걸어 부동산 회사로 출 퇴근 한다. 몇 년 전 이혼을 했고 이제 성인이 된 아들 딸, 애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신문 광고란에 실린 자신의 사진을 보게 된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웹사이트 주소와 전화번호만이 적힌, 아무리 봐도 채팅모델을 광고하려는 것이 분명한.
그녀는 이런 사실을 가족들과 친구에게 말하지만 그저 그녀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일 뿐이라고 안심시키려 한다. 소설은 이 외에 특별한 사건 없이 그녀의 일상을 묘사한다. 늘 같은 삶을 살아오던 일상에 생긴 작은 파문으로 인해 그녀는 마치 과대망상이나 히스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불안함을 느낀다.
주인공은 그 신문에 다른 여자들의 광고가 이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그 여자들이 범죄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녀는 소설 속 또 한명의 주인공인 경찰 '켈리'에게 이런 사실을 제보하게 되고 그녀의 불안은 단지 과대망상이 아님이 밝혀진다.
소설은 범죄의 표적이 된 여성 '조'의 일상과 대학생 때 쌍둥이 동생이 당한 성폭행 사건의 트라우마를 지닌 탓에 경찰이 된 후 다른 성 범죄의 용의자를 폭행하는 바람에 정직당한 경험이 있는 여성 경찰 '켈리'의 사건 해결을 위한 분투를 교차 시키며 이어간다.
하나 둘 증거가 발견되지만 조의 일상은 여전히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그러다 켈리에게 듣게 된 결정적 증거에서 조는 경악할 만한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충격적인 범인과 주인공들이 벌이는 한판 두뇌게임은 이 소설을 절정으로 이끈다. 지루할 만치 이어지는 초반의 심리묘사와 대비되는 후반부의 속도감, 마지막에 발견하게 되는 반전은 너무도 놀라웠다.
얼마 전에 마이클 코넬리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보슈’ 시리즈를 본 적이 있다. 보통 그 전까지는 소설 1권으로 영화 1편을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이 드라마를 보고 소설 한 권이 드라마 10여 편으로 만들어 질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그렇다면 바로 이 소설이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어지면 어떨까 생각했다. 주인공과 가족,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가 현실감 있고 소설을 이끌어 가는 다른 축인 켈리를 중심으로 한 경찰 조직의 활약. 돌이켜보니 어쩌면 작가는 이런 걸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소설의 묘사는 치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