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이펙트
페터 회 지음, 김진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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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이펙트》




누가 나에게 어떤 소원을 들어 줄 테니 딱 3가지만 말해보라고 한다면 난 무엇을 말할지 자주 상상하곤 한다. 처음엔 돈을 달라고 해야지 했다가 그럼 너무 심심할 것 같아서 세상 사람들이 모두 좋아할 만한 명곡을 쓰게 해달라고 해서 사랑도 받고 돈도 벌어야지 했다가 죽었다 깨어나도 운전은 못하겠으니 운전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달라고 해야겠다 는 등의 시시한 상상들.

 

그러나 3가지 중에 꼭 들어갔으면 하는 소원은 바로 ‘남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다. 일하는 분야에서 성공도 하고 싶고 인정도 받고 싶지만 그걸 내 힘이 아닌 다른 개입으로 이룬다면 별로 신이날 것 같지 않고, 돈을 벌어도 내 스스로 벌고 싶다는 생각이 결국엔 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이 능력은 꽤나 쓸모 있을 것 같다. 날이 갈수록 나조차도 생각이 많아지는데 앞에 있는 노회한 사람의 진심을 어찌 알 수가 있을까.

 

소설《수잔 이펙트》속의 주인공 수잔은 이런 능력을 갖고 있다. 비교하자면 수잔은 마음을 읽는 것은 아니고 사람이 자신 앞에서 솔직해지도록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다. 거기에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얻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심지어 자신의 남편이나 자녀들과 함께 있으면 그 능력이 증폭된다. 수잔과 남편은 이런 능력을 이용하여 원하는 것들을 쉽게 얻는 반칙을 꽤나 해왔고 소설 속 가족들은 이런 능력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

 

소설 속 가족들은 곧 해체될 위기에 처해있다. 유명한 음악가인 남편과 과학자 수잔, 쌍둥이 자녀는 덴마크 내에서 유명한 가족인데, 수잔과 남편은 이혼 수속 중인데다 수잔은 폭력 행위로, 아직 어린 10대 쌍둥이 남매들과 남편도 각자의 범죄와 일탈 행위로 가족들 전체가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것도 머나 먼 인도에서. 그런 그녀에게 하나의 제안이 들어온다. 수잔과 가족의 능력을 이용해 ‘미래위원회’의 마지막 보고서 두 건과 위원회 명단을 알아다 주면 가족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겠다는.

 

‘미래위원회’가 대체 어떤 단체인지 그들이 무슨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인지 관련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시작된 가족의 첩보 작전은 다소 코믹스럽지만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데, 자신들이 만났던 사람들이 하나 둘 시체로 발견되고 자신들조차 죽음의 위협을 받게 되자 일이 심상치 않음을 알게 된다. 그들은 이제 표적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미래위원회’의 비밀, 가족의 또 다른 위기로 긴장감을 높여가던 소설은 가족이 외딴곳에 감금 아닌 감금을 당하게 되면서 또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다. 스릴러에서 갑자기 다른 장르로 옮겨간다는 느낌이랄까? 그 곳에서 머문 4개월 동안 가족은 서로의 진심과 아픔을 보게 된다. 자신들의 능력이 정작 자신들을 구하지는 못했던 걸까.

 

이제 소설은 대망의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미래위원회’와 숨겨진 위원들의 가공할 만한 비밀, 마지막 반전은 소설의 백미를 장식하며 가족들의 목숨 건 프로젝트가 벌어진다. 오랜 시간동안 비밀리에 진행해온 엄청난 음모는 과연 무엇일까? 소설의 엔딩은 뭐랄까, 수잔의 결말다웠다고 해야 할까? 엄청나게 똑똑한데다 20대 남성들조차도 숭배하게 만들어버리는 여성으로써의 매력을 가진 그녀다운!

 

어려운 말이 많아서 인지 이야기 위주로 전개되는 스릴러를 주로 읽은 때문인지 다양한 스타일이 혼재된 소설의 독특한 스타일 때문인지 그렇게 책장을 술술 넘기며 읽진 못했지만 철학적인 이야기를 할 때나, 자신의 속마음을 내보일 때나, 처음 보는 남자들을 홀려버리거나 그 어느 때라도 수잔은 한 결 같이 매력적이었다. 가족들 또한 엉뚱한 매력이 넘쳤고.

 

소설은 가공할 만한 스케일의 음모론으로 가득 찬, 두렵기까지 한 이야기였지만 결국은 그 안에 사람이 있었고, 사람이 보였던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처음에 했던 내 상상에 조금 더 바라는 것이 생겼다. 그저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보다는 내가 원하는 답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면 아마도 더 좋을 것 같다는. 수잔처럼 매력이 넘치기는 아마 불가능 할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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