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속임수》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인생에 큰 줄기를 결정하는 진로나 직업, 사귈 사람을 선택하거나 내달 있을 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에서부터 오늘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옷 중에서 무엇을 살지 앞머리를 낼지 말지 등의 소소한 것 까지 늘 선택의 고민 속에 살아가게 된다. 이어 내가 했던 선택들이 옳았는지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닌지 늘 후회나 아쉬움도 남기 마련이고.

 

이 소설은 그런 작거나 큰 선택이 하나 둘 쌓여 결국 여러 사람들을 비극 속에 빠뜨려버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만 생각하면 이미 늦어버린 일이라 낭패감이 들더라도 돌아보면 꼭 만회할 기회는 있었다. 설사 잘못된 선택으로 나쁜 일이 이미 벌어졌다 하더라도 진정어린 사과와 진심으로 하는 뉘우침은 상대방을 고통의 나락에 빠지는 일은 막아주니까 말이다.

 

특히 이런 설정은 범죄를 주 소재로 한 소설에 자주 등장한다. 우연히 사고를 냈는데 그 사고를 은패하기위해 권력이나 돈을 이용하려 들다가 큰 소용돌이에 빠져버린다던지,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당한 피해자가 복수를 위해 또 다른 가해자가 된다던지 하는 이야기들이 그렇다.

 

이 소설에는 이런 우연과 선택이 쌓여 연쇄 살인이 벌어지고 그 과정에 우연히 끼어들게 된 가족들이 죽음의 문턱에서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일들이 벌어진다. 작가의 이름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했는데 세상에 《폭스 밸리》의 작가가 아닌가. 가만 생각해보니 포스밸리에서도 이런 선택의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역시 묘하게 닮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케이트의 아버지가 살해당했다. 아버지는 은퇴한 형사였기에 재직 중에 검거한 범죄자 중 복수를 다짐하던 남자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주인공 또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런던 경찰국의 경찰로 재직 중인데 휴가를 내고 고향으로 와 비공식적으로 수사에 함께하게 된다. 수사를 맡은 케일럽 반장과 인간적으로도 수사에서도 아슬아슬한 관계로 긴장감을 유지하며 하나 둘 단서를 따라 간다.

 

소설 속에는 여러 여성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경찰로써의 감각은 아주 뛰어나지만 사회나 조직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여성으로써 매력이 부족한, 그래서 자존감이 떨어지는 인물로 묘사된다. 오로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만 안정을 찾던 그녀는 아버지가 살해되자 심한 박탈감과 불안정한 정서를 드러낸다.

 

아버지의 사건을 맡은 팀에는 이혼하고 장애를 가진 가족을 홀로 돌보며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워킹 맘이 등장한다. 그녀 역시 능력이 출중한 경찰로 직장 내에선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녀는 남들이 모르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이 외에 암 투병으로 세상을 뜬 주인공의 엄마, 믿었던 아버지의 외도 사실과 그 상대였던 여성, 임신에 실패한 후 아들을 입양하고 행복을 찾았지만 친모의 등장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여성, 용의자의 여자로 폭력에 억압당한 채 살아가는 여성까지.

 

사건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여성들은 소설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다. 이들은 자신과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혹은 자신이 가진 행복을 깨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고통을 감수 하거나 때론 이기적으로 처신한다. 소설은 다양한 가족과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고 그들이 내리는 선택들을 따라가며 그 연결 고리들을 촘촘히 짜고 결말을 향한 그림을 그린다.

 

결국 범죄에는 범인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 범인과 범죄가 오롯이 그들의 것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들 모두는 자신들이 최선이라 생각하는 삶을 하나하나 징검다리를 놓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사소한 선택과 행동이 훗날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으리라.

 

결국 그들이 만들고야 만 결말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았다. 작가는 정말로 어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까. 사건, 사고 반전에도 재미가 있었지만 작가가 묘사한 다양한 가족들의 삶과 심리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꼭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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