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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된 순례자들 ㅣ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4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중독된 순례자들》사형집행인의 딸 4
<올리버 푀치>의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4번째. 그 전 3작품을 모두 재미있게 읽었고 3권이 시리즈의 마지막인줄 알고 있다가 4, 5권이 한꺼번에 출판되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5권 《밤베르크의 늑대인간》과 함께 무슨 책을 먼저 읽으면 좋을까 즐거운 고민에 빠졌는데 독자들은 아마도 자신들의 취향에 따라 먼저 읽을 책을 선택했으리라 본다.
시리즈 모두 독립된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되기에 굳이 순서를 따질 이유는 없는데 굳이 큰 줄기라면 1, 2권에서 밀당을 하던 사형집행인의 딸 막달레나와 목욕탕 의사 지몬이 3권에선 사랑의 도피를 하고 이번 4권에선 결혼을 해서 아들 둘이나 둔 걸로 나오는 것 정도? 사람을 죽이는 사형집행인과 살리는 의사 이젠 장인과 사위가 된 둘의 브로맨스도 그대로, 티격태격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들의 케미도 그대로다.
이번에 배경이 된 안덱스는 작가의 고향이고 사건이 일어난 장소 ‘안덱스 수도원’은 작가가 어릴 적 늘 놀던 곳이라 한다. 희생자가 익사한 호수도 물론이고. 문득 자신의 고향을 배경으로 이런 작품을 남긴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생각했다. 자신의 고향인 부산 해운대에 추리 문학관을 짓고 해운대를 배경으로 연작소설을 발표한 미스터리 문학의 대부 ‘김성종’ 작가나, 런던에 살았던 4년간의 경험이 소설에 고스란히 녹여낸 ‘이언 랜킨’도 그런 작가들 중에 한명이다. 비록 이들이 쓴 소설은 무시무시한 범죄이야기지만.
1666년 이젠 부부가 된 막달레나와 지몬은 숀가우 사람들과 함께 안덱스로 순례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그곳에서 익사한 수도사와 불에 탄 수도사의 시체가 연이어 발견되고, 시계공인 수사는 사라진다. 게다가 순례자들은 같은 증상의 병을 앓고 하나 둘 사망하기 시작한다. 지몬과 막달레나는 예기치 않은 기회에 죽은 수도사를 발견하였다는 이유, 게다가 의사라는 직업 때문에 시체들의 조사를 맡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라진 수도사의 불길한 ‘자동인형’은 과학이 발달하지 않고 여전히 마녀사냥이 횡행하던 시절 수도원과 순례자들 사이에 악마의 부활이라는 공포심을 조장시키기에 이른다. 시계공 수사가 만든 기괴한 구조물들, 벼락에 맞아 불타버린 수도원 종탑에서 의문의 실험을 하던 흔적 무언가 숨기는 듯한 수도사들의 모습에다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까지.
사건을 조사하는 막달레나와 지몬을 암살하려는 시도는 결국 숀가우에 있던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이 막달레나와 지몬의 아들 둘을 데리고 몰래 안덱스로 오게 만든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수도사의 고문이 시작되고 시일은 촉박하게 흘러가지만 어린 아들 둘 때문에 활동이 여의치 않다. 소설은 몇 건의 미끼를 던지고 교묘히 독자를 속이며 반전을 선사한다. 지하에서 들리는 자동인형의 음악소리, 끔찍하게 신체를 태운 것의 정체, 도난당한 수도원의 성체와 현시대의 비밀은 무엇이며 그들은 어려운 난관을 어떻게 헤치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만난 사형집행인의 딸. 이번 시리즈는 중세 맞벌이 부부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듯 아이를 돌보는 것과 사건 해결 사이에 갈등하는 막달레나 지몬 커플의 모습이 이상적이었다. 클라이막스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탈출 신과 지독한 사랑의 러브스토리는 역시 이 소설의 백미다. 역시 올리버 푀치. 끔찍함과 기괴함, 두려움, 광기, 반전 등의 요소를 잘 살려 멋진 작품을 선사한 것 같다. 이제 5권을 읽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