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령군 - 조선을 홀린 무당
배상열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조선을 홀린 무당 진령군》

 

 

2015년 말~2016년 초에 ‘장사의 신-객주2015’ 라는 드라마가 방송되었다. 조선 후기의 보부상과 상인들을 중심으로 한 민초들의 이야기와 배신 때문에 망해버린 상단의 후계자가 상단의 행수와 대 객주를 거쳐 거상으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는 음모와 배신, 사랑과 우정, 돈과 세상을 두고 거래를 하는 상인들의 호방한 이야기에다 출연자들의 선 굵은 연기 때문에 꽤 띄엄띄엄 이지만 꽤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그때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주인공을 너무나 사랑하여 집착이 되고 결국 그의 정인까지 살해한 인물, 비범한 신기로 훗날 명성황후의 최측근인 ‘진령군’에까지 봉해진 무당이 등장한다. 이 책은 바로 그 무당인 ‘진령군’을 비롯한 조선 후기 철종의 승하부터 대한제국이 멸망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역사교양서다. 철종 승하 후 후계가 없던 차에 이하응은 효명세자의 빈이었던 효유대비와 손잡고 12살 된 그의 둘째 아들 ‘이명복’을 보위에 올리게 되는데 바로 그가 26대 고종이다.

 

어린 자식을 보위에 올리는 이유는 당연히 ‘섭정’을 위해서겠다. 대원군으로 격상된 이하응은 효유대비와 긴밀히 협력하며 비변사 폐지, 토지개혁, 호포제 등을 통해 개혁을 감행한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어둠이 짙은 것처럼 그의 개혁은 결국 관료사회 하향평준화를 불러오고, 병인박해, 쇄국, 경복궁 중건 등의 통치 행위로 나라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결국 이 실정이 빌미가 되어 하야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아들인 고종이 친정을 하게 되고 왕비인 민자영은 정치의 전면에 나선다. 문제는 그 시대가 세계열강들이 수탈의 마수를 뻗을 때라는 것이었다.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 가진 자들은 배를 불리려 하고 엄격한 신분제 속에서 생각할 권리조차 없었던 민초들은 상상 이상의 억압 속에 시달린다. 여러 번의 민란이 일어났지만 관료들은 외세를 끌어들여 민란을 제압했다. 나중엔 나라의 임금이라는 자가 외부의 열강이 아닌 백성들을 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서 어설픈 신기로 민자영의 혼을 쏙 빼놓은 자가 바로 ‘진령군’이다.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도망온 민자영에게 곧 환궁하게 될 거라는 말 한마디로 훗날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되는 사람, 권력자들의 두려움을 교묘히 이용하고 그들의 영혼까지 홀려버린 사람. 상인, 관료들과 손잡고 재물을 축적하고 인사까지 좌지우지 하며 굶어 죽어가는 백성들의 식량을 바다에 산에 공물로 바치는 행위를 마다하지 않았던. 어쩌면 이렇게 닮았을까. 아니 문제는 진령군이 아니다. 이런 사람에게 의지한 권력자가 문제일 뿐.

 

돌아가는 상황이 어쩔 수 없이 망국으로 갈 수 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조선은 썩어 있었다. 언제나 기회는 있었지만 무능한 왕과 자신들의 영달만을 추구한 관료들은 그 기회를 모두 날려버렸다. 그 끔찍한 상황에서도 백성은 왕을 끌어내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아쉬움 투성이다.

 

2017년이 과연 그 시대의 모습과 뭐가 다른가 생각하게 된다. 일본, 중국, 미국을 위시한 열강들 사이에서 싸드도 위안부 합의도 대통령과 관료들은 철저하게 국민을 무시하고 유린했다. 무능한 대통령은 최씨의 성을 가진 ‘진령군’에게 나라의 운명을 맞기고 몇 백 명의 생명이 수장될 때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었다. 과거 진령군이 그러했던 것처럼 최씨는 국가의 중대한 일을 결정하고 기획하고 인사에 까지 관여했으며 부를 축적했다. 이를 알면서도 방관한 같은 당의 사람들은 아직도 케케묵은 진영논리를 이용하여 탐욕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다른 점이 있다. 우리 국민은 이제 원하고 요구하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광장을 지키고 촛불을 들어 대통령을 탄핵시킨 국민들을 이제 과거로 되돌릴 수는 없다. 탐욕에 눈이 먼 정치꾼들만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나는 역사가 발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경험을 되돌 릴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을 지나온 것이다. 그리하여, 그 과거 나라를 잃어버린 그 때와는 분명히 다른 미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를 가르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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