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가게
너대니얼 호손 외 지음, 최주언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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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가게》

 

 

소설로 판타지 작품을 읽는 것은 나에게 정말 힘든 일이다. 상대적으로 영화는 판타지 작품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 SF영화-이유를 생각해보니 나는 글로 읽은 내용을 시각화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직관적이고 도약적인 이야기보다는 현실 세계와는 다른 세계관을 가진 기, 승, 전, 결의 구조가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소설을 고를 땐 신중한 편인데, 판타지 중에서도 결국 추리나 미스터리 스타일의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이 소설집을 내가 어떻게 읽게 되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아마도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작품, 동화 같고 판타지 같다’는 홍보 문구와 노란색의 표지 디자인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

 

이 책에는 허버트 조지 웰스의 ‘마술가게’, ‘초록문‘, ’눈먼 자들의 나라‘,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목소리 섬’, 로드 던세이니의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나다이엘 호손의 ‘페더 탑’ 총 6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나는 허버드 조지 웰스의 작품들 중 ‘마술가게’와 ‘눈먼 자들의 나라’를 특히 재미있게 읽었다.

 

사고로 눈먼 자들의 나라에 들어가게 된 남자는 ‘눈먼 자들의 나라에선 외눈박이가 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미 어둠에 적응하여 ‘본다’는 사실 자체가 지워져 버린 나라에서 결국 눈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오히려 ‘본다’는 감각이 목숨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기까지 한다. 내가 가진 모든 감각이 생경하게 다가오는 순간 이었다.

 

한 아이와 아빠가 있을 것 같지 않는 곳에 있는 ‘마술가게’에 들어가 진짜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아이는 그 곳 주인에게 선물을 받지만 그 선물이 가진 비밀을 아빠는 잘 알지 못한다. 마녀가 이상한 것들로 허수아비를 만든다. 사람들은 그를 보며 고귀한 신분의 사람이라 칭송하지만 허수아비는 자신의 본 모습을 보고 절망에 빠진다. 허수아비는 어떤 선택을 할까?

 

어찌 보면 황당하고 상상력이 부족하면 머리가 지끈 거리기도 할 작품들. 몇몇 작품들은 머릿속에 남아있는 영상들을 떠올리며 읽을 수 있었고 어떤 작품은 활자만 읽다 그만두기도 했다. 책읽기의 즐거움을 가로 막았던 가장 큰 문제는 자꾸만 작품들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찾고 있었단 것이다. 이런 작품은 그냥 맘 편하게 상상의 나래를 펴며 읽으면 되는데 나는 자꾸만 ‘주인공이 왜 이럴까, 저러면 되는데‘ 식의 분석을 하고 있었다.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다.

 

불혹의 나이가 되어 가장 두려운 것이 ‘꼰대’가 되는 것이다. 상상력이 줄어들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이 줄어들고, 결국 나만 옳다는 생각이 고착되는. 판타지 소설은 이런 끔찍한 상황을 방지해 줄 것 같다. 감정, 감각, 사고가 딱딱해 지는 것을 막아주고 어린아이의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게 시간을 끌어줄 것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어린이보다 나처럼 뇌가 딱딱해 지는 걸 걱정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진심이다. 오해는 금물, 물론 꼭 그 이유만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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