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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의 예수
고수유 지음 / 일송북 / 2016년 4월
평점 :
《헤르메스의 예수》

소설은 내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래서 실망했냐면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었고 읽는 동안에도 내 예상을 번번이 비껴갔지만 읽는 동안 꽤 재미있었다. 나는 작품을 읽기 전에 출판사 소개를 보며 어떤 작품이겠거니 상상을 하거나 특정한 기대를 한다. 게다가 이 소설은 표지 디자인 맨 위에 ‘전시안’을 떡하니 그려놓지 않았겠는가. 프리메이슨, 전시안 등 음모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들까지 내 호기심을 자극하니 나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편 것이다. 물론 이 상상 만큼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지만.
나는 예수의 다른 면을 보고 싶어 이 소설을 읽게 되었다. 어쩌면 이제껏 익히 들어왔던 예수 말고 좀 더 인간적인 예수, 믿음과 신앙과 종교의 틀을 벗어난 진짜 ‘예수’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다. 그리고 그 시점은 예수가 살던 과거의 그 시점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소설의 배경은 바로 제주, 그리고 시간적 배경은 15년 전. 그러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주인공은 IMF여파로 직장을 잃고 부모님이 계시던 제주로 오게 되는데 고향 친구로부터 학창시절 다니다 목사의 비리로 발길을 끊었던 ‘반석교회’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교회는 원래 신도수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 신도 중 한명에게 ‘오상 성흔’(stigmata)이 일어나면서 신도가 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성흔’ 이란 예수 그리스도가 고난을 당한 흔적이 사람의 몸에 나타나는 걸 말하는데 손, 발, 늑골 다섯 곳에서 상처가 생겨 오상 성흔이라 말한다.- 이 현상은 대부분 가톨릭에서 목격되고 있고 간혹 조작도 있었기 때문에 주인공과 고향 친구는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하고 이 현상이 과연 진실인지 파헤치기 시작한다.
반석교회의 목사는 과거 신도의 땅을 가로채는 비리를 저지른 전력이 있었기에 주인공은 의심을 거두지 않는데 다시 그의 비리가 문제시 되는 시점에 오상 성흔의 기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후 그의 비리 문제가 사라진 점, 기적의 주인공인 박 형제와 다른 신도들과의 교류를 철저하게 막고 있다는 점 등을 의심하며 주인공과 친구, 선배 들은 박 형제의 성흔 혈액을 분석하려 하는데 교회 측에서는 이를 교묘히 막는다. 그러나 결국 주인공 일행은 성흔 혈액을 채취하는데 성공하는데 혈액에서 금가루를 발견하며 소설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성흔의 혈액형, 그 속에서 발견된 ‘금가루’의 실체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소설은 이 것이 바로 예수의 실체를 증명하는 것임을 역설한다. 피라미드를 건축한 토트의 위대한 지혜의 상징인 피라미드 전시안, 토트의 후예인 석조 기술공이 원조가 된 프리메이슨, 피타고라스, 플라톤으로 이어지는 그리스 사상의 젖줄인 이집트의 헤르메스 주의, 이것이 바로 15세기 르네상스를 이끈 레오나르도 다 빈치, 코페르니쿠스 등의 정신적 거처인 이집트의 지혜라 말한다. 그리고 이 헤르메스 사도들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바로 ‘예수’가 위치해있음을 작가는 여러 가지 장치를 이용해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바로 이를 전달하기위해 ‘반석교회’ 목사의 비리와 '오상 성흔‘이라는 소재를 교차시켜 비밀을 밝히는 주인공의 활약을 통해 스릴러로써의 긴장감과 재미를 주고 이를 이용해 ’헤르메스의 예수‘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굿과 만신, 토속적인 문화가 공존하는 제주도라는 배경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헤르메스의 예수를 잘 전달하기위한 장치로써 사용한 스릴러의 전개와 결말의 짜임새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종교가 있는 독자가 읽는다면 다소 놀랍고 불편한 내용일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원하는 나 같은 독자가 읽는다면 지식과 호기심 모두를 얻을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