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게임
야나기 코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조커 게임》



 

빌린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읽게 된 소설. 나는 원래 첩보, 스파이 소설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얼마 전에 ‘블록버스터 급’의 장편소설이라는 ‘손선영’ 작가의《판》소개를 보고 관심이 생긴 터라 우연히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은 1930년대 말 일본이 배경으로 제국주의, 군국주의, 전체주의를 표방한 일본이 비밀리에 만든 스파이 양성학교 ‘정부근무요원 양성소’와 요원들의 활약을 담고 있다. 그 시대는 세계열강들의 경쟁이 치열할 때로 각국 모두 암암리에 활동하던 스파이들을 갖고 있었고 이들의 아슬아슬한 활동은 소설의 주요 모티브가 된다.

 

이 소설은 후에 ‘D기관’으로 불린 이 양성소가 생긴 배경과 설립자인 유키 중령을 중심으로 요원들이 활약한 다섯 개의 사건들이 담겨있다. 일본 문화에 빠져 일본인 보다 더욱 일본인 같았던 미국인에게 씌워진 스파이 혐의를 입증한 [조커 게임], 폭탄 테러 용의자인 영국 총 영사에게 양복 점원으로 접근하여 혐의를 파악한 [유령], 런던에 잠입해 영국의 기밀정보를 빼내던 요원이 납치된 사건과 그가 탈출하는 긴박한 과정을 담은 [로빈슨], 상하이에서 발생한 일본인 헌병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힌 [마의 도시], 이중스파이였던 독일인 신문기자가 자살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 [더블 크로스]까지.

 

군의 조직이지만 군인과는 다른 생리를 가진 ‘D기관’은 당시 문제가 생기면 할복하여 죽음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천황’이라는 존재를 신과 동일하게 여기던 군인들과는 달리 그 어떤 제도나 인간관계도 심지어 가족 까지도 허구로 간주, 오로지 약속된 겹겹의 암호와 ‘정확한 상황판단’만이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일 뿐이다.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절대로 죽어서도 누구를 죽여서도 안 된다. 이를 위해 극한의 훈련과 논리, 사상의 토론으로 그들은 ‘살아있으나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된다.

 

이들의 활약이 멋졌고 소설은 너무 재미있었지만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이들 존재는 결국 당시 다른 국가를 침략하기 위한 시스템이란 것이다. 그들의 영웅담은 결과적으로 우리에겐 끔찍한 고통이고 그 과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니. 그러나 이 소설에서 중점을 둔 것은 그들의 영웅담이라기 보단 ‘인텔리전스’ 기법-표면에 드러난 정보에서 숨은 진신을 파악해 내는 기법 p310-을 이용한 사건해결에 더 가깝다. 추리와 미스터리, 스파이라는 존재가 주는 신비함과 긴박감 등이 적절히 어우러진 재미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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