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




실패한 심리상담사 '야콥'을 주인공으로 하는 연작소설《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2012) 에 이은 장편《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2014) 온라인 서점을 배회하다 우연히 발견하고 바로 주문해 버린 소설. 전작 <그리고 신은...>이 얼마나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던지 이 책도 발간해 주십사 기도하는 마음으로 리뷰 말미에 부탁의 구절을 넣었었는데 글쎄, 내 기도를 '신'께서 들으셨던지 (아님 출판사 관계자가 읽으셨던지, 하여간) 이렇게 소설을 읽게 되었다.


전편에서 '야콥'은 주로 부부 상담을 위주로 하는 심리상담사로 그려졌는데 오히려 자기 자신이 이혼하며 결혼에 실패(?)했고 심지어 이혼한 전 부인은 재결합을 요구하며 이상한 방법으로 그를 괴롭혔었다. 그러던 와중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는 어떤 남자의 상담요청을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흥미롭게 이어졌다. 그런 그에게 이번에는 '악마'라 칭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정확하게 말하면 악마의 하수인으로 그의 '영혼'을 사고 싶다는 이상한 요구를 하는.


그 남자가 인생에 나타난 후 스스로나 주위의 다른 사람에게도 이상한 일들이 생긴다. '야콥'은 역시 그를 상담이 필요한 사람으로 여기며 거리를 두지만 묘하게 자꾸 엮이거나 이상한 일들을 겪는다. 어쩌다 들어가게 된 성당에서 만난 신부의 비밀을 알게 되거나 그와 함께 악마라 주장하는 남자에게 엑소시즘을 행하기도 하고, 심지어 최첨단 지옥을 여행하기도 한다.


자신이 겪은 이상한 일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생기는 불행들에 '야콥'은 전에 만났던 '신'을 떠올린다. 악마(일지도 모르는 남자)가 나타났는데 대체 신은 어디에 있는 걸까? 하필이면 악마는 유명하지도 대단하지도 않는 실패한(심지어 그리고 신은...에서보다 더 망해 보이는)사람의 영혼을 사지 못해 난리인 걸까? 결론은, 마지막에 나타난다. 놀라운 모습으로.


나는 전작을 읽으며 '신이 곁에 있어도 정작 신을 알아볼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나는 종교도 없고 신이 있거나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아주 가끔 '신이란 존재가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상상하곤 하는데, 이 소설에 나오는 신이 바로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럼 악마란 것은 어떨까. 소설 속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판 사람들은 놀랍게도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너무도 원하는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연약한 사람이었을 뿐. 그리고 그 '악마'조차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엉뚱한 짓을 저지르는 저 인간들과 별 다를 바 없는 존재일 뿐.


전작처럼 울고 웃으며 단 숨에 다 읽어버린 내겐 너무도 멋진 소설이었다. 그리고 제발 바란다. 연작 소설의 다음 편인 《그리고 신은 내게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가 발간되기를. 언제쯤 읽어볼 수 있을까? 정말, 정말 바라고 바랄 뿐이다. 이번에도 들어주시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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