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자살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도진기 지음 / 들녘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정신자살》




아우! 정말 이 작가 어쩜 좋지? 현직 판사가 이렇게 글을 잘 써도 되는 거야? 작가의 다른 작품에 비해 분량이 좀 더 많았지만 다른 작품들 보다 더 빨리, 더 집중해서 읽었다. 도진기의 작품엔 ‘어둠의 변호사 고진’과 ‘백수 탐정 진구’ 시리즈가 있는데 이 작품은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 주인공이다.《정신자살》은 2011년 발표되었고 역시 고진이 주인공인 2010년《붉은 집 살인사건》《라 트라비아타의 초상》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악의 축! 셜록홈즈의 모리아티 같은 존재인 ‘이탁오’ 박사가 전면에 등장한다.


요즘 한 작가의 작품을 죽 달아서 읽는 재미에 빠져 있는데 작가의 작품은 단행본으로는 올해 나온《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와 202년 작《순서의 문제》빼고는 다 읽은 것 같다. 아무래도 주인공 시리즈가 다르다보니 전엔 좀 더 밝고 엉뚱한 ‘백수 탐정 진구’가 좋았는데 ‘어둠의 변호사 고진’도 그 매력이 대단한 것 같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 전면에 등장하고 2015년《가족의 탄생》에서 백수 탐정 진구와도 대면하게 되는 ‘이탁오 박사’를 알게 되어 참으로 반가웠다. 이 작품에서 세 명의 주인공이 다 만났으니 앞으로 진구, 고진, 이탁오 박사의 대결이 기대되기도 하고. 하여간 순서대로 읽은 것이 아니라서 이렇게 저렇게 정리하다 보니 마치 내가 도진기 작가의 열혈 추종자가 된 것 같다.


《정신자살》에서는 자살을 하고 싶지만 차마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신을 파괴해서 육체의 생을 치유한다’는 <정신자살연구소>가 주요 소재다. 주인공은 1년 전 아내 ‘한다미’ 가 가출한 후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남자 ‘길영인’. 그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살을 검색하다 이 연구소를 알게 되어 연구소 소장인 ‘이탁오’ 박사의 시술을 받게 된다. 특별한 약물 없이 오로지 ‘최면’으로만 진행되는 은밀한 시술. 그는 치료를 받은 후 자살에 대한 욕구는 줄었으나 순간순간 기억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겪는다. 그리고 자살 충동대신 아내의 가출에 의문을 품고 아내의 행적을 조사해 가는데 그녀에게 몇 년 이나 된 불륜 상대 ‘태정우’가 있음을 알게 된다. 게다가 그는 아내 친구의 남편이었던 것.


한편, 다른 사건으로 <정신자살연구소>의 존재를 알게 된 고진과 형사 이유현. 이곳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고 조사하던 고진은 우연히 들른 팬션에서 ‘태정우’의 아내가 살해당한 사건의 참고인이 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고진은 이 사건에 ‘이탁오’ 박사가 깊이 연관 돼 있음을 직감하고 이유현과 함께 사건을 조사하는데, 이어 태정우도 살해된 채 발견 된다. 경찰은 이제 중요 참고인이 된 ‘길영인’을 찾지만 그의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소설은 ‘길영인’의 시각으로 서술된 1인칭 시점과 나머지 3인칭 시점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며 이어진다.


‘길영인’이 직접 쓴 수기, 여러 사건과 증거들이 속속 등장하지만 도대체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 그렇게 독자를 사건으로 충실히 끌고 들어오다 결말로 이르게 되고 고진은 사건의 트릭을 간파하게 되는데, 그 놀라운 결말이란! 작가의 다른 소설들과 완전히 달랐던 충격적인 결말에 한동안 놀란 상태로 있었다. ‘정신’, ‘최면’ 이란 말에 그 힌트가 있긴 했지만 그런 식으로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이탁오 박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분명 작가는 이탁오 박사가 어떤 인물이란 걸 여러 번 언급하고 있었음에도.


하여간 읽는 동안 정말 푹 빠져 읽었고 결말의 반전도 너무 흥미로웠으며 중간 중간 작가가 숨겨 놓은 트릭들도 추리소설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 주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고진의 활약상도 컸는데 실제로 이렇게 많이 이동하고 신체 활동(?)을 많이 한 경우는 처음 인 것 같다. 20년 된 뷰익도 망가지고 눈 오는 산길에 막 추격전 까지 하였으니.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난다. 고진이 진짜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사건에선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고나 할까?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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