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죽이기 - 엘러리 퀸 앤솔러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외 지음, 엘러리 퀸 엮음, 정연주 옮김, 김용언 해제 / 책읽는섬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헤밍웨이 죽이기》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 작가 헤밍웨이를 죽이려고 한 가상의 인물이나 헤밍웨이가 울고 갈 정도의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아닐까 상상을 했다. 그러나 내 예상은 모두 빗나가 헤밍웨이라는 범죄자를 잡으려는 경찰의 분투기를 그린 소설이 담긴 모음집이었다.


이 책은 '엘러리 퀸'이 직접 선정한 12작가의 범죄, 미스터리, 서스펜스 소설을 모아놓은 책이다. '엘러리 퀸'은 '프레데릭 대니'와 '맨프레드 리' 두 사촌 형제의 공동 필명으로 20세기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미스터리의 거장이다. 이런 미스터리의 거장이 뽑아놓은 작품들이라니 기대가 많이 되었다.


나 에게 이 책은 한마디로 '고전'이다. 작가들은 모두 노벨문학상, 퓰리처상을 수상했는데, 그들의 작품 중에 미스터리라 할 만한 작품들을 골라 놓은 것이다. 왜 '고전'이라 했냐면 소설을 읽는 내내 중, 고등학교 때 읽었던 필독서나 고전, 이를 테면 진짜 헤밍웨이의 작품들을 읽는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 소설들의 시기도 현대보다는 훨씬 과거이고 번역된 문체도 꼭 고전에서 보았던 "~했소" 등의 연극 어투 같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여간 오랜만에 독특한 느낌의 미스터리를 읽을 수 있었다.


작품들은 모두 단편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고 놀랍게도 단편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는 공통적으로 대단했다. 보통 심리 스릴러나 서스펜스 작품들은 분량이 많아지기 마련인데 짧은 분량 속에 모든 걸 응축해 놓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범죄를 위해 두 명의 인격을 완벽하게 연기한 '버드나무 길'과 '설탕 한 스푼'은 특히나 그랬다. 반전도 좋았고.


12명의 작가, 12편의 작품 모두 인생의 한 장면에서 일어 날 수 있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담았는데 솔직히 말 하면 나는 본격 추리물이나 반전이 있거나 속도감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심리 스릴러, 서스펜스 작품들은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일단 짧아서 좋았고 읽을 때보다 읽고 나서 느낌이 더 좋다는 것에 좀 의아하면서 놀라움을 느꼈다.


나는 이 책에 실린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어서 다른 작품들과 차이점을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경험이 있다면 비교해서 읽는 것도 큰 재미가 아닐까 한다. 나는 순수 문학이니 장르 문학이니 가르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미스터리는 우리 스스로도 미처 알지 못하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최적의 장치가 아닌가 한다. 그래서 미스터리를 좋아한다. 누가 쓰든 미스터리는 그냥 미스터리다. 장르와 작가를 떠나 많은 독자들이 미스터리 자체를 즐기기를 바라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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