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 무지와 오해로 얼룩진 사극 속 전통 무예
최형국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평소에 역사를 좋아해서 사극을 즐겨보는 편이다. 그런데 사극은 배경이 되는 사건이나 인물에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이를 현대적으로 어떻게 해석할지 인물엔 누가 캐스팅 되는지가 주요 관심사다. 그리고 꼭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고증' 문제다.


과거에 살지 않았으니 사료에 정통한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작업해야 할 테지만 이런 작품들은 제작기간이나 투자의 문제 등으로 이 부분이 소홀해지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아마도 배경이 되는 시대의 의식주, 관습, 법, 풍속 등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 제대로 제작하려면 많은 인력과 시간 비용이 들 수밖에 없어 이런 부분에 정성을 쏟기 보단 시청자나 관객들에 어필 할 수 있는 부분에 더 투자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문제로 과거에 썼던 세트장이나 소품들을 그대로 갖다 쓰다 보니 거란족이나 여진족이 입었던 갑주를 백제나 신라 군사가 입는 (p92)일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이리라. 의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건물의 양식이나 머리의 모양, 음식, 호칭 등에 까지 자세히 살펴보면 참 웃긴 상황이 많이 벌어지는 것 같다.


이 책은 이런 고증의 문제 중에 '사극 속 전통무예'에 관한 부분을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 오류가 많아 깜짝 놀랐고, 이런 사극을 제작하던 사람들이 역사 다큐멘터리까지 만들다보니 정확해야할 다큐멘터리까지 엉터리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에 더욱 놀랐다.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입고 있는 갑옷과 손에 들고 있는 칼도 오류, 사극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전투 장면과 군사들의 모습도 오류, 쓰는 무기, 타고 다니는 말까지도 대부분이 오류였다니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례를 들면 칼 중 '도'는 외날 '검'은 양날을 말하는데 고대는 검을 썼고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외날 도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시대가 배경인 사극에서 등장하는 칼, 특히 장군이 쓰는 칼은 대부분이 검이 아니었던가? 또한 대부분 이 칼을 손에 들고 말을 타고 지휘를 하는데 우리 무인들은 허리에 끈을 묶어 허리에 차고 패용했다고 한다. 또한 전투에서 썼던 말의 종류, 말안장과 등자 등도 모조리 오류였다. 또한 화살도 마찬가지다. 사극에서 활을 쏘는 방식은 유럽 혹은 지중해식 방식이며, 칼처럼 허리에 패용했지 어깨나 등에 매달고 다니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군인들이 쌌던 군장, 행군의 방식, 오와 열을 중심으로 한 전투 방식 등과 불화살, 화포까지 모조리 거의다가 오류였다. 막사도 마찬가지. 온갖 멋들어진 의자와 탁자가 있는 게르식 막사도 오류이며 야전에서 숙영 공간은 A 텐트였다고 한다. 이런 오류는 앞서 말한 것처럼 군 장비는 제작비가 많이 들기 작품을 찍을 때 마다 만들 수 없어 돌려쓰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드라마에 썼던 것을 저 영화에 쓴다든지 하는.


비판하기보단 수정을 해야만 할 것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요즘 세태 자체가 문제이겠지만 영상매체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노출된 시각 정보가 어느새 진실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 저자의 노력으로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이 참으로 고무적이다. 내용 자체가 흥미로운 대다 사진이나 일러스트 자료도 많아 보는 내내 즐거웠다. 굳이 심각한 마음이 아니더라도 옆에 두고 사극 내용과 비교해서 읽으면 참으로 재미있을 책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역사를 아는 지름길이기도 할 것이다. 많은 분들께 읽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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