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칼 - 소설 동성왕
김현빈 지음 / 주류성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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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칼》




백제는 스스로 황제를 칭할 만큼 강성했지만 그 역사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중원을 호령하던 고구려와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에 가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고 사료가 많지 않아서 인 것 같다. 김운회 교수의 '대쥬신을 찾아서'에 따르면 백제는 고구려에서 갈라져 나온 나라가 아니라 부여를 이은 나라라는 의식을 갖고 있었고 멸망이 아니라 축소될 지언 정 그 명맥을 이어왔다고 한다. 이 책과 일명 재야사학자들의 고대사 관련 책들을 읽으며 우리 역사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고 역사에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 안에 '백제'가 있다.


앞서 언급한 재야사학자들의 주장중에 ‘대륙 백제 설' 이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백제는 현재 황해를 가운데 두고 왼쪽 중국 영토에 대륙백제가 있었다고 하며 이 소설에서도 백제의 요서 진출을 가정하고 있다. 본국인 한강 유역의 백제는 ‘담로’들을 두어 많은 지역을 백제의 영향권아래 두었다고 하는데 소설에서도 요서 백제를 돕기 위해 왕이 친히 출정해 중원의 북위와 일대결전을 치루고 돌아온 동성왕이 그 여세를 몰아 당시 정권을 휘두르던 귀족 '진씨' 일가를 쳐내고 다른 귀족들에게 왕과 후의 작위를 하사한다. 바로 이 과정이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다.


소설의 배경은 고구려 장수왕에 의해 백제 개로왕이 죽고 한성을 빼앗겨 멸망의 위기에 선 백제다. 백제는 외부의 문제도 그랬지만 진씨와 해씨를 중심으로 사, 백, 연, 백, 목 씨 등의 귀족 세력과 왕가 부여 씨의 내부 세력다툼 또한 큰 문제였다. 소설 속에서는 왕의 힘이 커지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고구려라는 외부의 적까지 동원하는 진씨 귀족의 모습이 그려질 정도다. 이런 이유로 주인공인 모대가 왕이 되기 전 두 왕이 내부 권력다툼에 의해 목숨이 날아갔고 이 틈바구니에서 모대의 아비인 곤지 또한 목숨을 잃었다. 권력을 차지한 진씨의 수장 '진남'이 친히 왜로 넘어가 모대를 왕으로 추대한다.


모대에게는 사마라는 형이 있다. 이 둘은 '모대는 불, 사마는 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것이 달랐다. 모대의 어미는 왜의 여자 사마의 어미는 백제 인으로 출신 성분부터 달랐고 성정 또한 모대는 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문보다 무에 강한 사람이나 사마는 물처럼 차분하며 경서에 능한 인물이었다. 진남은 다루기 쉬울 것 같은 어린 모대를 왕으로 만들어 백제에 오지만 모대는 내부에 준동하는 무리들과 북위의 전쟁에서까지 승리를 거머쥐고 나중에는 권력의 정점에 선 진 씨 일가까지 응징하며 왕권을 강화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왜에서 부터 오랜 벗이던 백가와 등을 지게 되고 주변에 자신의 사람을 두고 싶어 본국으로 소환한 형 사마의 세력은 날로 커진다. 게다가 그가 사랑한 왜의 여인 '이요' 화친을 위해 혼인한 신라 촐신의 비, 역적으로 몰락한 진 씨 가문의 여인인 어륙(왕비)까지 결국엔 그의 치세를 끝내기 위한 구실이 되어 그의 목을 겨눈다.


소설은 백제 내, 외의 권력의 향방과 정세, 수 싸움이 실감나게 묘사 되어 있고 이는 소설 전반에 퍼지는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있다. 전쟁이 일상이던 시대이니 이 속에서 누구는 영웅이 되고 누구는 어제의 일이 씨앗이 되어 오늘 죽음을 맞는다. 어제의 동맹은 오늘 원수가 되는 일이 허다했으니 권력이란 이렇듯 피아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 버린다.


멸망을 재건의 기회로 만든 동성왕. 그 외롭고 하룻밤 잠들기조차 어려운 자리, 금관의 무거움에 몸서리치던 왕과 후기 백제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낸 작가의 노련함과 상상력에 찬사를 보낸다. 관심밖에 있던 백제가 또 한 번 내게 훅하고 다가왔다. 결말을 알면서도 달려가야 하는 역사소설의 숙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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