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 살인 아르테 누아르
카밀라 그레베 지음, 서효령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약혼살인》




TV나 연예 잡지 속 가십 코너에 단골로 등장하는 바람둥이 CEO ‘예스페르 오레’. 그의 집에서 목이 잘린 채 널브러져 있는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머리는 몸통에서 잘려 바로 세워진 채 현관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유력한 용의자인 집주인은 행방이 파악되지 않고 차고에선 불이 난 흔적이 있는데 보험 사기가 의심되는 상태이다. 게다가 희생자의 신원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주인공인 강력계 형사 ‘린드 그렌’은 동료들과 사건해결을 위해 조사를 시작하는데 10여 년 전 미결 살인사건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당시 프로파일러였던 행동주의 심리학자 ‘한네’를 호출한다. 그러나 그녀는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데다 주인공인 형사와는 껄끄러운 관계임이 드러난다.


한편 소설엔‘예스페르 오레’의 약혼녀인‘엠마’가 등장하는데 사건 2개월 전 시점부터 자신과 오레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의류 매장에서 일하던 엠마는 그 곳에 우연히 들렀던 자신의 회사 CEO와 드라마틱한 비밀 연애를 하게 된다. 그녀는 그에게 적지 않은 돈을 빌려준 상태였는데 그는 엠마에게 약혼반지만 선물한 후 둘만의 약혼식에 오지 않는다. 예상대로 그와는 연락이 두절되는데 그녀에겐 값 비싼 그림이 사라지고 핏자국만 남긴 체 고양이가 사라지는 등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소설은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전개한다. 그들의 현재 모습은 과거와 연결이 되어있다. 결정적으로 ‘엠마’의 과거가 현실 사건에 중요한 열쇠를 가지고 있고 ‘린드 그렌’과 ‘한네’의 과거 또한 ‘그들 자신’의 현실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요소이다. 사건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란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사건자체와 해결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스릴러는 속도가 빠르고 장면전환도 많아 지루할 틈이 없지만 등장인물의 심리묘사와 관계에 집중하는 스타일은 속도가 느리고 곁가지가 많아 자칫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이 소설은 후자의 경우로 각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정말 깊이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사건을 생각하면 정말 답답했지만 인물을 생각하면 한 인물의 인생 전체를 들여다 본 것처럼 심리묘사 하나는 정말 대단했다.


이를테면 이 사건에 CSI나 본즈 같은 과학 수사대가 투입되었다면 금방 밝혀질 일을 소설의 후반부에 가서야 겨우 밝혀지는 것이 그렇고, 인물들의 면면이 얼마나 어둡고 답답한지 도대체 그냥 멀쩡한 사람은 없는 건지 의문이 들기까지 했다. 거의 500쪽에 가까운 분량 속에 정작 사건 자체에 집중한 장면은 별로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속도감을 즐기거나 탐정 스타일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미스터리보단 스릴러에 중점을 두는 독자들 보단 등장인물의 심리묘사, 미스터리 자체에 중점을 두는 독자들에게 훨씬 재미있을 소설이다. 그리고 반전. 아마 이런 스타일의 소설이나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중반 부 넘어가면 범인을 눈치 채지 않을 까 싶은데, 이 소설은 반전 자체보다는 그런 반전이 일어나게 되는 ‘심리’ 에 중점이 있으므로 그 ‘과정’을 즐기면 좋을 것 같다. 역시 우리나라나 일본, 영미 스릴러 소설과는 그 스타일이 많이 다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