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전하는 인디언 이야기 - 마음의 위안을 주는 잔잔한 옛이야기
찰스 A. 이스트먼 지음, 김지은 옮김 / 책읽는귀족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바람이 전하는 인디언 이야기》




과거 인디언에 대한 묘사는 미개하고 잔인하고 폭력적인 종족의 이미지뿐이었다. 역사는 승자의 시각에서 써지는 것이니 아메리카 대륙을 점령한 미국인들의 행위를 합리화 하는 이유가 컸을 것이고 그들 삶의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럴 노력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그런 서구의 철학을 그대로 받았으니. 그러나 이런 이미지가 바뀌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적어도 내게는) 바로 영화 ‘늑대와 춤을’(1991)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백인 남성이 그렇게 무시무시하다고 여겨지는 인디언 부족에 들어가게 되어 그들의 문화에 동화되고 사랑을 하게 되는 과정이 무척이나 신비하고 아름답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바람이 전하는 인디언 이야기》는 인디언 ‘수우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앞서 말한 영화가 바로 ‘수우족’과의 이야기라 한다.(영화를 검색하다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새삼 놀랍다.) 이 책을 쓴 찰스A 이스트먼은 인디언 수우족 출신으로 그의 인디언 이름은 ‘오히예사’이며 인디언의 관점에서 최초로 인디언 역사를 서술한 작가라고 한다.


이 책은 크게 1부 전사들, 2부 여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 7,8 가지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책 소개에 따르면 구전되는 이야기이도 하지만 실제 역사이기도 하다고 한다. 이 각 이야기들에는 그들의 인생관, 생활 풍습, 가치관, 역사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야기는 특별히 흥미롭거나 재미있지는 않고 마치 늘 마시는 차처럼 담백하고 은은하다.


1부 ‘전사들’의 이야기는 한 소년이 태어나 전사가 되는 과정, 사냥을 하고, 다른 부족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반대로 다른 부족을 공격하는 행위들을 하며 진정한 전사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평화와 자연의 섭리를 지키고 다른 동식물들을 인간과 동등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왜 다른 부족을 침략하고 약탈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일정한 거처 없이 마을을 이뤄 필요에 따라 이동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삶을 정착하여 재산을 불리는 우리의 삶과 비교하여 판단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이 있을 뿐이니까.


2부 ‘여자들’의 이야기는 1부에 비해 인디언의 삶을 훨씬 많이 보여주는 것 같다.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크고 한 가정을 지키고 잉태와 출산을 통해 그들의 역사를 이어가는 주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들은 진정한 여성으로 인정받기 전까진 이름도 부를 수 없고, 여자들만의 언어, 여자들이 해야 하는 일들을 엄마에게 배우고 친구들과 함께 한다. 직접 가죽을 손질하여 옷과 장신구, 신발, 필요한 물품들을 만들고 ‘티피’라는 그들의 독특한 집을 만들고, 자신들을 아름답게 가꾸고 아름다운 언행과 품위를 유지하는 것을 익힌다. 이 모든 일은 그 윗대 할머니의 역할도 결정적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내가 같은 여성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웠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겐 차별이 없고, 구별이 있을 뿐이다. 생의 중요한 주기마다 부족의 어려운 사람들과 먹을 것과 물건들을 나누고 위험의 고비마다 그녀들은 용감하게 가족과 가정, 부족을 지키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런 일들은 고스란히 노래와 춤,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대로 위대한 역사가 된다.


그 전에도 인디언의 책들을 읽어보았는데 이 책의 다른 점은 바로 ‘이야기’라는 것에 있다. 그 전에 책들은 종교관, 가족, 자연관, 시간개념, 동식물을 대하는 태도 등 잘 정리하여 알려주었지만 이 책은 ‘수우족’에 이어 내려오는 이야기를 담았다는데 그 의의가 있겠다. 우리에게도 구전되는 동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그들의 삶은 우리의 시각(서구적 시각)으로 이해도 잘 안 되겠지만 판단하고 재단해선 안 된다. 우리는 그런 삶을 살아본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린 그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놓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마음껏 쓰고 버리는 것들이 인간과 동등한 것들이란 것,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다 오히려 잃어버린 것들. 그런 것들을 떠올리고 부끄러운 삶을 한 번 돌아볼 수 있게 하고 숨 한번 돌리게 해 줄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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