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신의 술래잡기 ㅣ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사신의 술래잡기》
나는 지금 무척 섭섭하다. 실은 이 책 4분의 1 정도가 남았을 대부터 섭섭했다. 어제 아침나절에 이 책을 받아서 저녁 무렵 그 정도가 남을 만큼 읽었고 남는 분량이 줄어드는 게 아쉬워서 일부러 밤에는 읽지도 않고 잠을 청했다. 내용의 흐름상 ‘완결이 나지 않겠구나’ 생각이 드니까 그랬다. 이것 참, 술래잡기는 작가가 독자들이랑 하는 것 같다. 이다음 시리즈를 또 기다려야 하니 말이다.
나는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문학을 정말 좋아한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장르소설이라고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못내 아쉬움이 많지만 요즘은 국내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 작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이 출간되는 것 같아서 팬으로써 정말 행복하다.
《사신의 술래잡기》또한 이런 나에게 행복을 선사해준 작품이다. 주인공인 탐정 모삼과 법의학자 무즈선 콤비가 범인과 벌이는 줄다리기로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고, 익사(溺死)와 액사(縊死) 과정에 대한 법의학과 죽음학(thanatology)의 정보는 지적호기심까지 채워주었다. 또한 모삼의 프로파일링 또한 한 몫을 단단히 했는데 이 모든 분야는 추리와 더불어 내가 정말 관심 있는 분야인데다 여러 건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마다 새로운 재미를 주었다.
주인공인 모삼과 무즈선은 셜록홈즈와 왓슨같은 명콤비이지만 이 둘보다 더 가깝고 특별한 관계다. 모삼은 주로 심리분석과 프로파일링을 맡고 법의학자인 무즈선은 희생자의 사체에서 단서를 찾는다. 어느 한 사람이 주축이 되고 나머지 한 사람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동등한 무게를 가졌기 때문이다.
소설은 모삼의 악몽에서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정체모를 남자에게 난자당하는 끔찍한 꿈을 꾸지만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연히 들른 클럽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해 내게 되고 무즈선의 최면을 통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모두 기억하게 된다. 모삼이 무슨 일을 하다 그런 일을 당한지 알게 되자 그들에게 날아온 살인마의 도전장.
모삼을 죽이려 한 자는 일반적인 범죄자가 아니라 “살육을 통해 쾌감을 느끼고,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컨트롤해야 할지 잘 알며 사람의 생과 사를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우월감과 권위의식을 가지고 있는’ 즉 ‘저승사자 플롯’을 가지고 있는” 사이코패스이다. -p212- 그는 모삼과 무즈선에게 일정 시간을 주고 그가 내는 문제(살인사건)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람을 하나 씩 죽이겠다는 협박을 한다. 그들은 범인이 내어주는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이 문제들을 통해 연쇄살인마도 잡아야만 한다.
이 책 속에는 총 4건의 살인사건과 이를 해결하는 명콤비의 활약이 담겨있다. 콤비가 해결하는 살인 사건이 중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 하니 더욱 섬뜩하고 이 소설을 위해 저자가 공부했을 것들을 생각하니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콤비가 찾아내는 살인사건의 범인은 그저 악인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측은한 존재들이다. 그들도 처음부터 악인은 아니었고 세상이, 그들의 처지가 그들 자신을 극한 상황까지 몰아가기도 했던 것이다.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배상훈’의 《누가진짜 범인인가》(앨피/2015) 에서도 질문하듯이 과연 범인만 찾아내면 끝인가, 혹은 과연 절대적인 선이나 악, 명확한 옳고 그름이 존재하는 가‘ -p107- 에 대한 질문을 저자는 독자에게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이 소설은 흥미로우면서도 가볍지 않고 지적 호기심까지 충족시켜주는 정말 멋진 작품이다. 소설의 스타일을 보면 다음 시리즈가 나와야 할 텐데 빠른 시일 내에 꼭 만나고 싶다. 저자가 자국에서 시리즈를 내고 있는지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은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모삼과 무즈선이 셜록홈즈와 왓슨처럼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