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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 - 음식으로 들여다본 글로벌 정치경제
킴벌리 A. 위어 지음, 문직섭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
내가 먹 거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구제역과 광우병 사태 때문이다. 이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다 공장 식 축산업에 반대하는 의미로 채식을 시작했고 가죽 제품을 구매하지도 않았다. 채식을 시작하고 나니 안전하고 좋은 먹 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유기농, 로컬푸드, 유전자 변형 작물과 종자문제 등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관련 책과 자료, 언론보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 또한 이런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읽게 되었다.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바로 p259에 언급된 ‘로컬 푸드와 유기농 식품을 먹자는 운동의 문제점’에 관한 것이다. 그 전에 접한 자료들을 보면 이 운동은 자연에 해악이 덜하고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며, 안전하게 생산되어 이동거리가 짧아 신선한 식품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이 책에서는 정반대의 의견을 펼치고 있었다.
저자의 의견은 1. 소규모 농업보다 농업기업이 훨씬 효율적으로 음식을 생산하며, 지구에 배출하는 탄소량이 적다. 2. 농작물을 트럭으로 100마일 운송하는 것 보다 선박으로 1,000 마일 운송하는 것이 농산물 1톤당 더 적은 연료를 소비한다. 3. 유기농 재배보다 유전자변형 종자를 이용하면 농약이 적게 들면서 품질이 좋은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 4. 세계 인구는 계속 증가하는데 지역에서 자란 유기농 음식에 점점 더 의존하는 방식은 현실적이지 못하며 오히려 더 많은 농지가 필요해진다. 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의 전재조건은 ‘유전자 변형’ 작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과 다국적 기업의 종자의 독점과 이와 한 세트인 농약 문제 또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글쎄, 이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책은 저자의 ‘음식의 정치학’ 강의를 엮은 것인데 1,2장은 음식 정치학과 세계 정치 경제학의 핵심 개념과 배경, 3~7장은 각각 특정 음식을 중심으로 세계 정치 경제학의 특정부분과 역사, 생산, 세계 공급시스템 내의 음식을 둘러싼 문제를 제시하고 있으며 8장은 음식과 세계경제의 연관성에 대해 요약하며 결론을 내린다. -p10- 다양한 도표와 <레시피>란에 담긴 음식에 대한 이야기, 각 장 마지막에 질문들은 이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효율적인 농업 장비가 도입 되면서 잉여 노동력이 다른 산업으로 넘어가 농장들은 규모가 점점 커졌고 화학비료와 농약이 개발되면서 생산량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런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생산량을 늘리거나 가공하여 가치를 높여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다. 결국 이 때문에 현대인은 비만이라는 질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세계 음식공급시스템은 위험은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삶의 수준을 끌어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각국의 정부는 자국의 노동자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조금 등의 특혜를 줄 수밖에 없고 이는 자유무역을 가로막은 장벽으로 여겨지기에 전 방위적인 압박을 받게 된다. 여기에 이주노동자문제, 어린이 노동력의 착취, 어업에 관한 협정 문제 등이 끼어들면 굉장히 복잡해진다.
이 책에선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다만 목적은 ‘세계 음식공급 시스템에 의해 공급되는 음식이 늘어나면서 생긴 결과와 이러한 현상이 세계 경제와 어떤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는데’ 있다. 결국 문제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있는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을 종합하면 로컬 푸드에 대한 내 고민의 답은 결국 대량생산과 유전자변형 작물, 식단의 변경에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더 많은 의문들과 고민들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