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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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제목도, 재미있다는 평도 많이 들었지만 이상하게 연이 닿지 않았던 소설. 우연한 기회에 내 손에 들어와 읽게 되었는데 작가가 ‘다카노 가즈아키’였다니! 작가를 알았다면 아마 예전에 읽을 책이었다. 작가의 작품 중《제노사이드》를 굉장히 감명 깊게 읽었기에 그의 데뷔작인《13계단》에 대한 세간의 찬사도 당연하겠다 싶었다.


이 작품은 사형제도의 문제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이와 같은 주제를 가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2014년 작《공허한 십자가》가 떠올랐다. 시기상으로는《13계단》이 2001년 작으로 한참 앞선 격인데 여전히 같은 주제를 말하는 것을 보면 ‘사형제도’에 대한 논란은 참 결론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두 작가모두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주제가 있는 이야기를 쓴다는 것 등 참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13계단》은 언제 죽을지 몰라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 사형수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10년 전 그는 한 노부부를 도끼로 잔혹하게 살해하고 통장과 도장을 훔쳐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하려다 사고가 나는 바람에 현장 검거 되어 사형을 구형받았다. 그러나 사고 때문인지 단기 기억상실에 걸려 기억나지 않는 범죄에 대해 여러 번 재심 청구를 하였지만 기각 당했다. 그러다 결국 3개월 후에 사형집행이 예고되었는데, 그가 가까스로 기억해 낸 것이 바로 “계단”. 사고가 나기 전 자신이 계단을 올랐으며 그 계단을 내려오면 죽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었던 것을 기억해 낸 것이다. 다행히 누군가 그의 무죄를 믿었던지 이를 밝히는 데 현상금을 내걸었고, 곧 교도관 퇴임을 앞 둔 난고와 상해 치사로 2년 실형을 살다 가석방된 준이치가 현상금을 목표로 사건을 재수사 한다. 기한은 3개월. 그들은 사건에 관련해 증언을 했던 사람을 찾아가고 살해 현장을 꼼꼼하게 살피며 한발 짝 사건의 진실에 다가 간다.


소설은 준이치의 상해 치사사건, 그가 10년 전 여자 친구와 가출했던 사건, 가석방 상태에 있는 전과자들을 보호 관찰하던 보호관에 관련된 제도, 사형을 집행했던 끔찍한 경험을 갖고 있는 난고의 과거와 사형이 언도되고 집행 되는 것의 불합리한 과정 등이 그물처럼 얽혀 진행된다. 사형이란 제도가 과연 적절한 제도인지, 현 법 체계는 범죄자들에게 벌을 주는 제도인지 갱생의 기회를 주기위한 제도인지 작가는 다양한 소재들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소설의 제목인《13계단》은 굉장히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 과거엔 사형대로 올라가는 계단이 바로 13칸이었다고 하는데 현대에 와서 이 계단은 없어지고 최종 사형 집행을 하기까지 총 13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그 흔적이 남아있다 한다. 또한 사형수의 유일한 기억이 바로 계단이니 이 계단이 죽음으로 가는 계단일지 빛으로 가는 계단일지 독자는 끊임없이 의문을 품게 된다. 진실에 거의 왔다 싶을 때 맞닥뜨리는 반전은 굉장히 충격이었고 이 모든 것이 모두 큰 설득력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놀라웠다.


과연 그들은 진범을 찾아 사형수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줄까? 아니면 또 다른 진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었다니 더욱 놀라울 뿐이다. 이 작품이 작가에 대한 신뢰도는 물론 ‘에도가와 란포상’에 대한 신뢰도까지 높여 주었다. 그의 다른 작품들과 이 상을 받은 작품들도 꼭 읽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정말 재미있었고 정말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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