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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놓아줄게 ㅣ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서정아 옮김 / 나무의철학 / 2016년 3월
평점 :
《너를 놓아줄게》
아...이제껏 내가 읽은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소설들 중에 정말 최고의 반전이었던 것 같다. 468페이지라는 적지 않은 분량, 책 소개에서 많은 정보도 접하지 않았기에 그냥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겼고 정말 생각지도 않는 인물이 범인이라고 드러나는 순간 소설은 2부로 넘어갔다. 나는 너무 놀라 혹시 놓친 사실이 있나 하고 ‘범인‘이 처음 등장하는 페이지를 찾아 다시 읽어보았다. 세상에! 작가의 트릭이었다. 피해자를 범인의 아들로 착각하게 했고 손에 남은 흉터도, 갑자기 도망쳐야 했던 이유도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의미심장한 복선이 깔려 있었음을, 소설을 정독하지 않는 독자들이라면 분명 착각할 수도 있는 트릭이었다. 만일 영화였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실제 미제 사건이 소재가 되었다는 것과 작가가 12년 동안 경찰로 근무했다는 사실도 책을 다 읽은 후에 알았다. 아마 소설은 그래서 더욱 현실감이 있으며 긴장감이 있었던 것 같다. 1부에서 조금 지루할 만큼 묘사되는 등장인물들의 일상과 심리, 가정과 직장 일의 균형사이에서 레이와 아내의 대립은 정말 감탄할 만했다. 독특했던 부분은 이런 것뿐만 아니라 서술 시점의 이동이다. 소설은 등장인물에 따라 시점이 교차되며 서술되는데 레이경위는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 제나 그레이는 1인칭 주인공 시점, 2부로 넘어가 등장하는 제나 그레이의 남편 이안 피터슨은 독특하게도 2인칭 시점에서 자신과 제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건은 11월 차가운 비가오던 어느 날에 일어난다. 순식간에 엄마 손을 놓고 자기 집을 향해 달려가던 5살 남자 아이 ‘제이콥’은 달려오던 차에 치여 사망하고 만다. 아이를 친 사람은 아이를 구하지 않았고 그대로 차를 돌려 뺑소니를 치고 말았다. 비가 왔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아이의 엄마조차도 차량번호나 운전자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곧 전담팀이 꾸려졌는데 레이 경위와 팀의 막내인 케이트가 중요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탐문을 비롯하여 시민제보와 언론 보도에도 불구하고 목격자나 단서를 찾을 수가 없다. 결국 이 사건은 몇 달을 끌다가 수사종결을 종용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제이콥의 어머니가 사라진다. 그럼에도 이 사건을 포기할 수 없었던 레이와 케이트는 비공개로 수사를 진행하고 결국 1년 후 극적으로 범인을 검거한다. 그러나 이 둘은 범인이 뭔가 감추는 것이 있음을 직감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범인을 추궁하는데...
이 소설의 큰 줄기는 뺑소니 사고의 범인을 찾는 것이지만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점들을 보여준다. 가정과 일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남편의 이야기, 결혼과 일 사이에 갈등해야 하는 여성, 사춘기 자녀의 방황과 왕따 문제, 오피스 와이프와 외도, 가정폭력에 희생되는 여성과 아이들, 인터넷 악성댓글과 여론형성까지.
이 소설에서 반전은 ‘숨겨진 범인과 진실’에 관한 것이지만 좀 전에 언급한 소재들로 하나하나 징검다리를 놓아가며 작은 반전들을 던져주는 작가의 노련한 필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소설이 놀라운 것은 바로 이런 점이다. 긴 내용에도, 지루한 듯한 심리묘사에도 결국을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힘, 철저하게 현실에 바탕을 둔 내용에 뻔하지 않은 전개 때문이 아닐지.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 좋아할 만한 소설이다. 소설의 어떤 반전도 현실의 반전을 따라갈 수 없음을 보여주는 멋진 소설이다.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