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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좋아하는 모든 것 - 눈빛만 보고도 네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어 ㅣ Pet's Better Life 시리즈
아덴 무어 지음, 조윤경 옮김 / 보누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고양이가 좋아하는 모든 것》
나도 이제 고양이와 함께 한지 14년이 넘어가는 나름(?) 숙련된 집사이다. 현재 14살 된 노령묘 하나, 늘 똥꼬에 똥을 달고 다니는 뚱냥이 하나(뚱뚱해서 똥꼬를 핥을 수 없음), 만성 신부전을 앓고 있는 바보 하나(그냥 하는 짓이 바보임), 예민하고 겁이 많은 녀석 하나(맘에 안 드는 것이 있으면 피오줌을 쌈) 이렇게 길에서 살다가 우리 부부를 집사로 선택한 4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산다. 나도 시작은 1마리였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5마리가 되어있었다. 내가 아는 지인은 며칠 전에 술집 앞에서 데려온 1마리를 더해 9마리가 되었고, 한 후배는 임신 묘가 집 안까지 당당하게 따라오는 바람에 키우던 1마리를 더해 총 6마리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고양이는 1마리를 키우는데 적응이 되면 무지막지하게 식구가 늘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동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주위에 냥이를 입양하는 사람이 하나 둘 늘면서 본의 아니게 상담을 해주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공통적으로 물어오는 것들은 개와 다른 고양이의 습성, 먹이, 건강관리, 털과 손톱, 모래 사용과 관리를 비롯한 위생관리, 중성화 수술을 비롯한 질병에 대한 궁금증, 놀이와 산책 등이다. (쓰고 보니 모두 다 인 것 같다.) 보통 처음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면 모래와 화장실, 사료 정도는 챙기는데 활기 왕성한 아깽이(성묘가 되기 전 어린 고양이)를 입양하면 그 때부터 상상하지도 못한 일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 녀석들은 밤낮이 없이 활동하는데다 성격이 활발하다면 집안의 온 물건을 어질러 놓고 벽지와 쇼파는 손톱으로 다 긁어 놓을 것이다. 사람 사물 할 것 없이 물고 뜯고 맛보는 격랑의 아동기를 보내고 성묘가 될 때쯤 또 한 번 ‘발정’의 고비를 맞을 것이니 밤낮없이 울부짖고 온 집안에 오줌을 찔끔찔끔 싸며 이성을 찾을 것이다. 그러다 간혹 집을 나가버리는 냥이도 있고 요행히 집으로 돌아오더라도 아마 배는 불러있겠지. 그러다 좀 온순해져서 함께 살만한 중년이 되면 이젠 서서히 질병들이 생길 것이다. 치아가 빠지거나 살이 찌기도 하며 관절이나 배설기관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 노령묘가 되면 밥 먹는 것도 힘들고 때론 중병이 생기거나 우울증과 치매가 올 지도 모른다. 이후 우린 냥이의 장례식을 준비해야하고 어쩜 다양한 이유로 생각보다 일찍 냥이를 보내는 고통을 겪을 지도 모른다.
집사들은 이 모든 격랑에서 정신을 차리고 적정한 때에 적절한 해결책을 간구해야 하며 생의 고비마다 냥이들을 더 세심하게 보살펴야 할 것이다. 나 또한 냥이들 질병으로 병원에 들락거리며 울고 잠 못 자고 고민하며 녀석들의 병원비와 생명 앞에 ‘돈’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먹이는 사료를 고민하고 쓰는 모래를 몇 번이나 바꿔주고 좀 더 좋아하는 장난감을 찾기 위해, 인간과 생활 싸이클을 맞추기 위해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들을 겪었다. 중간에 이사도 했고 새로 들어오는 아이와 기존 아이들의 싸움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주위 집사 선배들의 조언도 얻고,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에 가입해 정보를 얻기도, 관련 책을 읽으며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 책《고양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은 내가 겪었던 모든 것을 압축해 놓은 것 같은 책이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명쾌하게 중요한 부분만 콕콕 찍어 설명하고 있는데, 거의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다른 고양이 관련 서적들과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또한 선명하고 귀여운 고양이 사진들은 초보 집사들이나 냥이 입양전의 사람들이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내가 생각 할 때 이 책은 냥이를 키우는데 궁금하거나 필요한 부분에 즉각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뭔가 도움을 받고 싶은데 책을 읽기 싫어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펴서 읽을 수 있다. 또한 다른 책에선 발견하기 힘든 ‘생활비 절약하기’ 와 ‘나이든 고양이와 생활하기’ 챕터의 ‘고양이 치매’ 같은 부분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는데 보통 책들에서 보기 힘든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삶의 질이 나아진 고양이들은 오래 살 것이고 젊은 고양이와 다른 부분이 있을 것이다. 내가 가장 놀랐던 건 고양이들도 사람처럼 우울증을 앓고 치매도 온다는 것인데 이 책에서 치매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 반가웠다.
종합하면 이 책은 ‘입문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이 책을 기본으로 특별히 궁금한 부분에 대해선 좀 더 깊이 있게 다룬 다른 책들을 참고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고양이는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지의 부분이 많은 동물이다. 동물 병원이라고 해서 모두 고양이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아픈 냥이들의 치료를 위해 병원을 전전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난 이제 고양이 입양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들에겐 ‘입양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래도 입양하여 집사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에겐 최대한 많은 정보를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이 이런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