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치미교 1960
문병욱 지음 / 리오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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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치미교 1960》




요즘은 거의 없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길가다 ‘도를 아십니까’ , ‘인상이 좋아 보이시는데 잠시 얘기 좀 할까요?’ 하면서 사람들을 ‘낚는’ 사이비 종교인들이 많았다. 나도 그런 경험이 여러 번 있었는데 한번은 그들이 말하는 ‘도’ 라는 게 너무나 궁금해서 일부러 따라가 본 적도 있다.


그때가 대학생 때였는데 종교와 도, 깨달음 등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아 종교에 대한 교양 수업을 듣고 앞 서 언급한 사람들이 말을 걸면 겁도 없이 따라 나서곤 했다. 학내에 있는 종교동아리들도 찾아다니고 책도 주로 그에 관련된 것을 보았다. 그래서 알게 된 것이 우리나라엔 우리가 아는 큰 종교 외에도 상상외로 수많은 종교가 있다는 것과 신흥종교가 처음 일어나 세를 키우고 표교를 해나가는 방식 등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때 생각이 많이 났다. 나는 종교도 없고 신도 믿지 않아서 어느 종교나 그리 특별할 것은 없지만 종교들이 탄생해서 지금까지 발전해온 양상을 보면 결국 ‘사람’이 중심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정식 종교라고 생각하는 곳에서도 믿지 못할 일이 많이 일어나는데 그들과 사이비들의 다른 점은 과연 무엇인지 요즘 들어 특히 회의가 많이 든다. 이 소설의 주요 모티프가 바로 한 때 한국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이런 사이비 종교인 ‘백백교’사건에서 따왔다고 한다.


소설의 기본 줄기는 ‘백백교’가 탄생하고 몰락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백백교’에 전 재산을 바친 가족을 데리고 나오기 위해 잠입한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빠져나와 그 실체를 사회에 알린 것. 살을 입힌 것은 소설 속 ‘치미교’를 세운 주인공이 일제 강점기에 731 부대 하위 조직 735 부대에서 전염병을 연구했던 자였고 일본 패전 후 신분을 속이고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혼란한 틈을 종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백백교’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것은 교주가 수백 명을 살인했다는 것인데 이 소설에서는 이 사실에 ‘전염병’과 ‘제약회사’ 라는 끔찍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그러니 소설에선 735 부대의 끔찍한 생채실험을 비롯하여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등 암울한 시대상이 드러나 있고 치미교 교주가 교단을 세우고 교인들을 모으고 단속한 천재적이면서도 살 떨리는 장면들이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주인공이 치미교를 빠져나와 사회에 알리고 일망타진하는 과정들이 주는 서스펜스는 정말 압권이다. 또한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 그런지 소설의 문체가 시나리오의 지문을 길게 늘여 놓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특정 화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이야기의 흐름, 인물의 성격과 인물들의 관계, 무대 세트 등을 자세히 설명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이 때문에 더욱 독특한 느낌을 받은 것 같다.


만일 영화로 만들어 진다면 그 어느 영화보다 잔인하고 끔찍하며 서스펜스 넘치는 스릴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소설과 세월호 사건을 연관시키는 것은 좀 의아하다. 공통점이 있다면 관련된 교주가 시체로 나타났다는 것뿐인데 백백교 사건은 철저하게 미치광이 교주와 교단이 일으킨 문제라면 세월호 사건은 최소한 사이비 교단이 일으킨 사건은 아니란 점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고 흥미롭다. 또한 인간이 얼마나 악한 존재가 될 수 있으며 어리석고 연약한 존재도 될 수 있는지, 욕망을 위해 얼마나 끔찍한 야합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멋진 소설이기도 하다. 음산한 표지까지 멋있다. 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 좋아할 만한 소설이다.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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