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비밀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한여름 밤의 비밀》




2015년 후반부터 현재 2016년 초 여전히 한국 사회의 큰 이슈는 ‘과거사’인 것 같다. 국정 교과서 문제부터 위안부 문제까지 아직도 한국은 청산하지 못한 과거사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올해 있을 지방선거에서도 출마 예정자들의 역사 인식은 당락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냉전시대부터 생존해온 분들은 이제 거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그 시절 전쟁과 수탈의 주체였던 국가들의 정부는 대부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와 보상을 했고 그에 앞장선 인물들도 철저하게 응징했지만 여전히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가 있어 여전히 사과와 피해보상에 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 이런 잘못으로 가족과 이별하고 고통의 시간을 보낸 그 분들의 황혼기는 과연 어떨까? 소설 《한여름 밤의 비밀》은 불행한 과거사의 기억을 안고 홀로 살아가는 주인공에 얽힌 이야기다.


소설 속 남자 ‘호프만’은 유대인으로 부모님이 나치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자신만 겨우 목숨을 건져 프랑스에서 살게 된 남자다. 우연히 출연한 TV프로그램에서 자신의 과거를 말하게 되는데 이 방송을 본 어떤 부인으로부터 돌아가신 아버지가 자신 앞으로 남겼다는 서류봉투를 건네받게 된다. 그 서류는 놀랍게도 유명한 음악가의 친필 악보 <한 여름 밤의 비밀이었다. 이 사실까지 전파를 타자 악보를 출판하고 싶다는 제의가 물밀듯 들어오고 TV프로의 진행자는 악보를 들고 직접 독일로 향한다. 한편 독일의 한 선상 레스토랑에서 다섯 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소설의 주인공인 ‘로버트 마탈러’ 형사는 이 사건을 해결하는 하는 과정에서 현재진행형인 끔찍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은 추리와 형사물의 즐거움을 제대로 전해준다. 뛰어난 탐정이나 해결사가 귀신처럼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철저하게 경찰과 경찰 조직이 이 사건을 정석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목격자 한명 찾거나 관련자 한명을 수사하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 언론의 간섭이나 정치권의 압력에 시달리기도 하고 경찰 조직에서의 힘겨루기나 견제 또한 하나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한다. 주인공인 형사와 동료들은 가끔 엇박자가 나기도 하고 그들의 개인사가 수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것은 정말로 현실적이다.


소설을 끝까지 읽어가다 보면 등장인물보다 독자가 먼저 범인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런데 주인공은 모르고 독자는 안다고 해서 소설의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마주한 진실이 너무나 소름끼치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의 역사를 떠올리게 될 지도 모른다. 역시 역사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결코 과거가 될 수 없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적절히 버무리고 매력적인 주인공들을 멋지게 활약하게 만들었다. 독자는 즐거울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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