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아 그래? - 편견과 경계를 허무는 일상의 종교학
김한수 지음 / 북클라우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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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아 그래?》




종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기도, 이 세상을 파괴하는 무시무시한 명분이 되기도 하는 어떤 것. 나는 그 어떤 신이나 종교에도 ‘믿음’을 갖고 있진 않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신’이라 부르는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인간이 생각하듯 ‘인격’을 가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만일 존재한다면 인간을 비롯한 동물과 생물, 무생물 등 모든 존재들을 아우르는 ‘어떤 존재’일 것,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구’만을 위해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나는 인간이 만들고 믿는 종교에 굉장히 회의적인 것 같다.


그래도 참 이상한 것이 학부시절엔 종교관련 수업도 들었고, 일명 ‘도를 아십니까’ 사람들을 따라가 대체 그 치성은 어떻게 왜 드려야 하는지 알아보기도 했고(거기서 같은 과 친구를 만나 엄청나게 놀라기도)증산도 동아리에 가입해 함께 공부를 하기도 했으며, ‘영성’, ‘깨달음’ 등에 관한 책이라면 관심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읽는 등, 내가 인정하든 안하든 ‘종교’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또 그 인연을 찾아 거슬러 가보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엔 맛있는 거 얻어먹으려고 교회에 나갔고, 중학교는 기독교, 대학은 가톨릭 재단 학교를 다녔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 유년기 때 우연히 본 TV뉴스 속 한 보살님(최초로 보살님 몸에서 사리가 나왔다는)의 외손자와 결혼까지 했으니 나는 참 다양한 종교와의 인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인연’이란 말은 불교의 영향인 것 같지만 얼마 전 읽은 책에서처럼 우주가 내게 보내는 사인이(라이프 사인)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렇다. 나는 이런 사람이기에 또 자연스럽게《종교 아 그래?》도 읽게 된 것이라 고백한다. 고양이가 깡통을 외면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책은 저자가 종교 담당 기자로 활동하면서 조선일보에 2014년 9월부터 문화면에 연재한 기사들을 모은 책이다. 저자는 동명의 코너에 일명 ‘개불천’이라 말하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3대 종교와 원불교 등의 종교를 비슷한 비율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인터뷰를 원하는 취재원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이야기들을 그 누구라도 편하게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다루었다고 한다.


책은 어느 한 부분을 펴서 읽더라도 상관없다. 저자는 기자와 기사라는 특성에 맞게 어느 종교에도 무게를 두지 않으며 우리가 잘 모르는 종교와 신자, 성직자들의 소소한 일상이나 제의, 각 종교만의 특징적인 일들이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가장 놀랐던 부분은 불교의 단주와 가톨릭의 묵주가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 진다는 것이었고 특히 거의 잘 몰랐던 종요인 원불교를 접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원불교는 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불교는 아니며, 성직자인 남녀 교무가 비교적 평등하고 여성도 종법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다만 남성 교무는 결혼을 할 수 있지만 여성 교무는 결혼을 할 수 없고 머리에 쪽을 진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불교의 선방 풍경, 아르바이트 하는 목사님, 교구의 뜻에 따라 유학을 가고 군대에 가야하는 신부님들의 모습 등이 참으로 가슴에 남는다. 이 책은 종교를 막연한 교리와 단체로만 보는 것에서 종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보여주었다는 것에서 내게 의미가 있다. 결국 어떤 믿음을 갖고 누구를 믿든 결국은 사람이 그 주인공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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