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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그 태양과 모래
김성종 지음 / 새움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해운대, 그 태양과 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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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달맞이 언덕의 안개》를 읽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김성종 작가의 소설은 추리소설 모음집에서 단편들로 처음 접했기에 그의 존재감은 그리 머릿속에 남지 않았다. 조금은 외설적이고 조금은 퇴폐적인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래서 내 머릿속에 김성종은 그저 그런 추리소설 작가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가 대작《여명의 눈동자》의 저자라는 걸 알고 나서 정말 많이 놀랐다. 이 작품을 읽고 너무 좋았던 나머지《최후의 증인》도 찾아 읽었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소설《해운대, 그 태양과 모래》는 연작소설《달맞이 언덕의 안개》의 다음 이야기이다. 《달맞이 언덕의 안개》는 작가가 1년 동안 매주 한편씩 부산일보에 연재한 단편 52편 중 전반부 25편을 담아낸 연작소설로 이 소설은 이들을 제외한 후반부 작품들을 싣고 있다.
제목에서 보듯 전작은 저자가 직접 사재를 털어 지은 추리문학관이 있는 달맞이 언덕의 풍경을 그대로 담았다. 그리고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읽는 내내 마치 내 주위에 안개가 가득한 것처럼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었다.《해운대, 그 태양과 모래》는 해운대와 모래사장이 배경이 되곤 있지만 전작처럼 그 장소의 풍경을 짙게 나타내진 않은 것 같다. 물론 안개와 바다가 주는 느낌은 많이 다르지만 말이다.
작품들은 연결되지는 않고 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돌아가신 김대중 대통령의 망명시절 이야기가 알파와 오메가라는 킬러의 이야기로 그려지기도 하고, 성형수술, 성형외과의 사회적인 문제점이 전혀 다른 소재의 형태로 그려지기도 하고, 현재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교수와 학생들 사이의 갑질의 문제,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뻔한 트릭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이 소설들은 사회성과 퇴폐미, 몽환적이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요소들이 참 오묘하게 얽혀있다. 추리소설의 대가라고 하지만 저자를 그 틀 속에 가두기는 너무 자유롭다. 저자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자신의 의견을 자주 끼워 넣는데 특히 장르문학을 문학과 차별하는 것에 대해 쓴 소리를 뱉는다. 때로는 정치적인 의견을 비치기도하고 때로는 남성으로써의 환타지를 맘껏 펼치기도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를 자유분방함이 바로 이 소설의 매력이다.
장르문학을 좋아하거나, 저자를 좋아하거나, 부담 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고 싶은 독자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장편 읽기가 힘든 독자들도 좋아할 만하다. 저자는 역시 이야기꾼이고 참 유쾌하고 괴짜 같다. 그런 저자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