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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평점 :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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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아이 이후 두 번째로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다. 오늘도 페이스 북에서 일명 미미여사로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에 대한 소개와 설명을 담은 포스팅을 보았는데 그저 평범하게 보고 지나가는 일들에서 어떻게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상상력을 발휘하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작품의 판권을 확보하려는 경쟁에 거금이 오가기도 한다는 것은 작가의 인기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추리소설을 문학에서 분리하여 대하는 우리나라의 풍토와는 조금 다른 모습에 씁쓸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가의 많은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가장 크게 다가온 부분은 작가의 문체이다. 작가의 문체는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다. 물론 우리말로 번역된 작품이라 원전의 느낌을 얼마나 살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별 특별함 없이 담백한 문체이지만 신기하게도 읽다보면 운율을 갖고 빠져들게 된다. 특별히 가슴 두근거림이나 손에 땀을 쥐는 긴박함이 없이도 일정한 집중력을 갖게 만들고 천천히 정독하게 되는 것이 가장 특징적이었다. 아마도 이것은 군더더기 없는 문장, 그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흥미를 잃지 않고 읽기를 계속할 수 있다. 거기에 짧고 담백한 문장은 책장이 술술 넘어가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길지 않은 분량에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특징이 잘 드러나고 그들의 스타일을 이해하게 만든다. 간혹 서론이 너무 길어 읽기를 포기할까 고민되게 만드는 미스터리, 스릴러들을 만날 때가 있는데 미미여사의 작품은 서론이 짧은 데다 그 안에 등장인물이나 그 배경이 아주 효과적으로 제시되어 있어 바로 본론으로 풍덩 뛰어들게 하는 힘이 있다. 이 소설 또한 그러한 작품이었다.
주인공은 재벌가 서녀의 사위인데 아내와의 결혼의 조건으로 조용히 살기를 강요받은 남자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장인의 회사 사보를 편찬하는 부 편집장으로 지내고 있는데 아내 또한 회사 운영에는 어떤 식으로든 관여를 않고 있지만 재벌가의 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늘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는 사보에 실을 사람의 취재를 갔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탈취한 노인의 인질이 된다. 노인은 총으로 기사를 위협하고 버스에 탑승한 승객들을 인질로 원하는 바를 얻고자 경찰에게 흥정을 제시한다. 그러나 노인은 경찰에게 3사람을 찾아 데려오라는 이상한 조건을 협상카드로 제시하지만 버스를 장악한 경찰 때문에 자살하고 만다. 그러나 죽기 전 노인은 버스 안에 타고 있던 인질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였는데 나중에 진짜 돈이 담긴 택배를 받게 된다. 주인공은 노인이 찾으려 했던 세 사람과 그 돈의 출처 등을 조사해가며 서서히 탐정으로써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하나하나 놀라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게 된다.
처음엔 책이 너무 두꺼워서 놀랐고 다음은 너무 무거워서 힘들었다. 책을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는 습관을 가진 내겐 너무나 힘든 책이었다. 2권으로 나눠 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이 작품은 전문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일반 직장인이 탐정이 되어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나 경악스런 반전은 없지만 간결한 문체와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흡입력이 대단하다. 미미여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믿고 볼 수 있는 작품이고, 추리나 미스터리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대하는 독자들 또한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여름엔 이런 작품들이 특히 더 많이 출간된다. 꼭 여름만이 아니라도 많은 독자들에게 소위 장르문학으로 불리는 작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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