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 대한민국 스토리DNA 8
김내성 지음, 이정서 엮음 / 새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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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인》




시대를 초월한 반전의 미학, 매력적인 탐정 유불란의 활약, 살아있는 캐릭터, 빠져들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이야기, 그리고 1930년대의 경성의 자유롭고 활력적인 분위기 이 모든 것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멋진 추리소설!


《마인》을 실제로 읽기 전까진 솔직히 지겹지 않을까 걱정했다. 상상도 잘 되지 않는 1939년 일제 강점기에 세상에 나온 소설이기에 반전은 기대도 하지 않았고 설상가상 첫 장부터 느껴지는 무성영화의 변사 스타일의 문장은 책장을 술술 넘기는데 조금 방해가 되기도 했다. 소설은 이야기를 이어가는 시점이 있는데 이 소설은 마치 변사 하나가 영화의 장면들을 해설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적응하기 힘들었으나 오히려 이 부분이 나중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해 호기심을 더 불러일으키고 사람을 안달 나게 하는 역할을 해 주어 이야기 속에 더욱 푹 빠져 들게 해 주었다.


그리고 ‘유불란’이란 탐정, 이 캐릭터. 탐정이라 하면 셜록 홈즈나 괴도 뤼팽 정도는 되야 탐정이라 할 수 있지 하는 사람이라 해도 ‘유불란’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변신의 귀재, 명석한 두뇌, 신사적인 행동 가짐으로 사랑에 모든 걸 바치는 로맨티스트이나 탐정의 혈관에는 강철이 돌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유머러스하며 주목받기를 즐기는 괴짜이면서 장난하기를 즐기는 정말 천의 얼굴을 가진 매력적인 인물이다. 유불란은 초반부에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자신만큼 훌륭한 라이벌들인 경찰 임 경부와 오 변호사에게 살인사건 해결에 주도권을 내어 주지만 중반부로 가면서 특유의 추리력과 직관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그 안에 얽히고 설킨 비밀을 파헤친다.


또 한명의 중요한 인물인 ‘주은몽’. 그녀는 조선을 대표하는 무용수로 그녀가 맡았던 역할인 ‘공작부인’ 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사랑을 받는다. 사건은 바로 그녀가 주최한 가면무도회에서 시작되는데 그 곳에서 어릿광대 복장을 한 괴한이 그녀를 해치려 하다 실패하고 그녀를 죽이겠다는 협박을 담은 붉은 봉투를 남기며 그녀 주위를 맴돈다. 그러다 주은몽이 아닌 약혼자인 백영호가 그 자에게 살해당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면서 임 경부, 약혼자의 변호사인 오상억, 유불란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아무런 증거를 남기지 않고 그들을 비웃는 범인 때문에 두려움만 커져가는 도중 주은몽이 아닌 그 주변인들이 하나 둘, 살해된다. 유불란을 비롯한 탐정들은 범인이 남긴 협박장과 그가 흘린 사진, 주은몽의 과거사 고백 등을 근거로 조금씩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는데, 살인 사건에는 생각지도 못한 비밀과 비극적인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리고 그 과거는 현재와 또 다르게 연결되어 있음이 밝혀지는데...


정말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을 만큼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불행한 과거사와 인간의 탐욕이 더한 진한 이야기는 참으로 극적이었다. 자극적인 것들에 길들여져 웬만한 이야기로는 반전을 이끌어 내기 어려운데 독자들을 교묘히 따돌리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솜씨에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1939년 조선일보에 171회에 걸쳐 연재 했다고 하니 이를 읽는 독자들은 얼마나 애태우며 봤을지. 옛날 소설이라고 선입견을 가졌던 것에 죄송함을 느꼈고 이번에 만난 탐정 ‘유불란’의 이야기를 더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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