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증인 - 상 대한민국 스토리DNA 7
김성종 지음 / 새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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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증인 上》




‘김성종’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신뢰가 갔고 작가의 팬들이 최고라고 꼽는 소설이지만 6.25 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로 막상 읽기를 망설이게 했던 소설, 결국 이제야 읽게 되었다. 그의 작품은 여러 작가의 추리소설을 모아 놓은 책에서 접하여 처음에는 그 진가를 몰라보았다. 그 작품집에 실린 다른 소설들은 추리소설이라 하기엔 그 수준이 눈뜨고는 못 볼 아마추어 정도의 수준이었기에 그의 작품조차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에야 ‘여명의 눈동자’나 ‘제 5열’이 그의 작품임을 알고 최근 작 ‘달맞이 언덕의 안개’를 읽으며 그의 진가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참으로 멋진 작가다. 추리소설을 장르문학이라 폄하하는 현실에 사재를 털어 추리 문학관을 짓고 지금까지도 열정적으로 작품을 집필하고 있으니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나라의 추리 소설은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여 오로지 외국의 추리소설만 읽었었는데 요즘은 도진기, 안치우, 조동인, 김유철, 장강명 등의 작가들이 멋진 작품들을 내고 있어 가까운 일본처럼 사랑받는 작가들을 우리도 가질 날이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긴다.


최후의 증인은 새움 출판사에서 ‘독자들이 사랑한 대한민국 스토리DNA'라는 기획의 007번 작품이다. 원작은 1977년 작품인데 이 책은 1993년 중판본을 기본으로 작가의 수정과 최종 교정을 거쳤다. 또한 영화로 2번이나 만들어 지기도 했다는데 처음 이두용 감독의 영화에선 군사정권하에서 3분의 1이 잘려나가는 수모를 겪었다고 하고 ’흑수선‘이 또한 이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나 작가는 원작과는 많이 다르게 그리는 바람에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나도 이 영화를 보았지만 소설을 읽은 후에도 그 영화가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면 많이 달랐던 가 보다.)


이 소설은 두 건의 살인사건으로 시작된다. 1973년, 무기수로 형을 살던 황바우가 20년 형을 살고 60이 넘어 출옥한 후 1년이 지난 어느 날 변호사 김중엽과 양조장을 크게 하던 갑부 양달수가 시체로 발견된 것. 주인공은 형사 ‘오병호’로 혼자 비밀리에 이 사건을 조사한다.


그는 마치 탐정처럼 죽은 양씨와 관련된 사람들을 한명씩 만나 이야기를 듣는 식으로 수사를 시작한다. 양씨가 고용한 박진태, 양씨의 가족들과 그 주변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기위해 자가용도 없이 버스와 도보로 몇 시간이나 되는 길을 걷거나 여관에 투숙하면서 자신만의 수사를 진행한다. 그는 서두르는 법이 없고 어떤 판단도 보류한 체 신중하게 추리를 이어간다. 그러다 양씨를 잘 아는 고향 사람에게서 숨진 양씨와 출옥한 황바우에 관한 연결고리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 이야기가 첫 번 째 진술 편에서 그려진다. 오병호는 그 진실에 점점 더 다가가고 독자의 궁금증을 한층 끌어올린 상태에서 상권은 마무리 된다.


역시 작가의 필력과 스토리텔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몇 십 년 전의 소설이지만 위화감이 전혀 없고, 짧은 분량 안에 그려진 인물들은 각각 명확한 정체성과 개성을 지니고 있다. 이 소설이 그냥 일반적인 소설의 형식으로 나열되듯이 진행되었다면 이정도의 매력이 없었을 것 같다. 일제강점기의 친일파에서 해방 후 빨갱이를 때려잡으며 그 권력을 유지해온 집권층과는 다른 오병호의 수사방식과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 뛰어난 추리력은 정말 매력적인 주인공의 역할을 하며 소설을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소설을 추리소설이라는 범주에 가두기는 너무나 아깝다. 이 여름에 읽기 정말 좋은 소설이다. 정말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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