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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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




여름이다. 영화도 소설도 일단 무서운 거, 미스터리하고 탐정이 나오거나 으스스한 것을 찾게 되면 나에게 여름이 온 것이다. 난 문학 중에도 소설을 제일 좋아하는데 평소에는 감성적이거나 역사나 진지한(?) 작품들도 가리지 않고 읽지만 여름엔 이런 소설들은 거의 읽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난 일명 ‘장르소설’이라고 하는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호러, SF 소설들을 정말 좋아하는데 아무리 여름이라도 좀 읽기 꺼리게 되는 것은 바로 ‘호러’다. 공포에도 참 여러 가지 스타일이 있겠지만 요즘 호러라 하면 일단 피 튀기는 잔인한 장면이 많은 것을 통상 호러라 부르기에 그렇다.


이 소설 《남의 일》도 실은 호러라서 좀 읽기가 어려웠다. 요즘은 또 얼마나 자극적인 내용들이 많은지 옆에 두고도 책장 펼치기가 참 어려웠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자마자 그냥 쭉 읽게 되었다. 분명 내가 꺼리는 호러임에도 뭔가 독특한 면이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딱히 피 튀기는 잔인한 장면 묘사가 있지 않아도 잔인하고 오싹했다. 정말로!


이 소설은 단편집이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각자의 완결을 가지고 있다. 읽으면서 가장 크게 든 생각은 단순한 호러 물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자식 해체’ 편에서는 가정 폭력과 가족 해체, 학교 내 왕따 문제가 떠오르고, ‘정년기일’에선 고령화 문제와 세대 갈등이 ‘인간 실격’에선 남의 불행을 즐기는 가학적인 사람들이 떠오른다. 물론 모든 단편들에게서 진한 사회성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원초적인 두려움인 식인의 공포, 타인에 대한 공포, 전쟁, 살육, 고립 등의 두려움을 바로 눈앞에서 보여 주며 적나라한 공포로 우리를 이끈다.


남의 일이라 다행이다. 그냥 책을 읽는 것이니 다행이다. 나의 일이라면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공포는 뜬금없이 찾아와 괴롭힐 지도 모른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길, 혼자 자려 누운 밤, 멀리서 들리는 고양이 소리,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낯설게 느껴지는 가족이나 나 자신을 발견할 때.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정말 좋아할 소설이다. 여름에 읽기도 정말 딱 이다. 모두 잠든 밤에 홀로 작은 등을 밝히고 읽다보면 더위가 살짝 물러갈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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