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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문명 - 별과 우주를 사랑한 지동설의 시대
박용숙 지음 / 소동 / 2015년 4월
평점 :
《샤먼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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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이라는 말은 시베리아의 퉁구스어로 망아(忘我)상태 중에 지식을 얻는 종교적 능력자를 의미하는 ‘사만(saman)’에서 유래했다고 하며 이 샤먼을 중심으로 구성된 종교 형태를 샤머니즘(shamanism)이라고 한다. 그들은 역사 이전과 초기 역사 시기 국가의 틀이 잡히기 전까지 엄청난 권위를 누릴 수 있었다. 다들 알 듯 과학이 발달하기 전까지 샤먼은 인간 사회에서 신과 만나고 신의 의도를 인간에게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즉, 지식과 정보를 독점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국가의 체계가 잡히고 권력이 독점됨에 따라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고 종교에서조차 체계적인 교리와 형식을 가지도록 발달 되면서 샤머니즘은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샤머니즘은 발달한 과학과 권력, 종교에 밀려 미개하고 어리석고, 사람들을 현혹하는 미신으로 인식되어 배척되었다. 그리하여 현대는 무속신앙으로 그 명맥이 유지되고 그저 앞날을 잘 맞추는 ‘용한’ 만신의 존재로써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샤먼은 그렇게 미신으로 치부되기에, 그저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점이나 보러가는 곳으로 보기에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그들이 남겨놓은 유산들은 현대에서 외면당하는 샤먼의 후예들보다 더 많은 신비한 비밀을 가진 위대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이 책《샤먼문명》은 말하고 있다. 언제나 권력은 ‘정보의 독점’에서 나온다. 이는 현대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일명 빅브라더들은 최첨단 과학 문명을 누리는 현대에서도 법에 반하여 타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해킹프로그램을 써가면서 까지 좀 더 우위에 서 있으려고 하며 고급 정보를 가진 자들과 접촉하거나 더 나아가 그들의 무리에서 그런 사람과 자리를 만들어내고 조작까지 하고 있다.
먼 과거 샤먼들이 신들과 접촉하여 비와 눈을 내리고, 살 곳을 정하고, 그들 부족의 우두머리까지 만든 것이 과연 오로지 그들의 신통한 능력 때문이었을까? 더 나아가 그런 능력을 대를 이어 물려주는 것까지? 이 책에서 말하길 그들은 놀랍게도 지동설을 믿었고, 고도로 발달된 천문학으로 농업을 다스렸으며 이 중심에 금성이 있다고 말한다. 금성은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며 구리의 여신으로 청동기 문화와도 연결이 된다. 결국 이는 샤머니즘이 금성문명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된다. 더 나아가 현재 우리가 가진 종교 시작이 샤머니즘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무덤 속 벽화, 매장 유물들과 이 유물들에 그려진 그림과 문양, 도상과 부적, 봉인들을 해석하며 차례차례 비밀을 풀어간다. 이를 위해 몽골, 경주가야지역, 일본 고분이나 신궁, 이집트 피라미드까지 전 세계에 공통으로 흩어져 있는 유물들을 찾고 비교하고 해석한다. 이 책의 내용은 많은 자료들을 보여주고 연결시키고 해석하는 것들이므로 처음엔 조금 산만하고 복잡할 수 있다. 그리고 신앙이나 종교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 고대사에 대해 교과서 수준의 정형화 된 역사관을 갖고 있다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학문이나 학설의 정설이 타당한 증거에 의해 지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책이다. 다양한 자료, 선명한 컬러의 사진과 삽화들은 그 즐거움을 한층 높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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