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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블랙북 - 여행스토리가 있는 아티스트 컬러링북
손무진 지음 / 글로세움 / 2015년 4월
평점 :
《아티스트 블랙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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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지 서점가에 컬러링북이 자주 눈에 띄는 것 같다. 미술은 고등학교때 이후로는 거의 연을 끊고 살았고, 성인이 되고나서 접한 미술관련 작품도 고전 미술에 관한 책 몇권과 관련 영화들, 그것도 '도난'에 관한 것이 거의 다였다. 그러니 요즘 유행하는 색을 칠하는 책이 인기를 끄는 것이 새삼 신기하기도 한 것이다. 얼마 전에 초등학교때 이후로 거의 본 적 없는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이야기를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내가 생각했던 크레파스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작품에 많이 놀란 적이 있다. 역시 나 같은 미술치와 작가는 천지차이란 것을 절감했다. 그 때 부터인가 막연히 다시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네에 서예 교습소가 있어 오고가며 배우러 갈까 고민하기도 했고, 크레파스화 정도라면 정말 취미로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또 하나! 요즘들어 자주 볼 수 있는 책중 여행을 빼면 또 섭섭하다. 가만 생각해 보면 여행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까지 있는 우리가 얼마나 '떠나는'것에 관심이 많은 가 싶다. 왜 그렇게 떠나고 싶을까? 무엇으로 부터? 대체 어디로? 이 고민은 자연스럽게 앞서 말한 '컬러링 북'과 연결이 된다. 우리는 결국 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한다. 책은 여행 책, 물건은 캠핑 관련 장비들. 요즘 트랜드라면 트랜드다.
책에다 색을 칠하는 것은 마치 서예를 하는 것처럼 조용히 자신과 마주하는 행위가 아니던가. 나 같이 미술에는 전혀 소질이 없는 사람 조차도 하얀 종이 앞에 서면 마음이 차분해 지며 일상의 잡념이 없어진다. 여행은 또 어떤가. 결국 우리는 '벗어남'을 꿈꾸다 어떤 무엇을 '찾아감'을 경험하는 것이 아닐까. 그 종착역은 바로 '나 자신'일테고.
여기 이 두가지를 합해 놓은 책이 있다. 바로 여행과 컬러링을 한 책에 담은<아티스트 블랙북>. 저자는 미술을 전공하고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그 감상을 간편한 카메라 대신 화폭에 스케치로 담았다. 그 거칠고 속도감이 느껴지는 스케치는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과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떤 장면은 아주 긴 시간 공을 들인 듯 정교하고 또 어떤 풍경은 찰나의 시점을 놓칠까 거침없이 흘려 그린 시간이 담겨있기도 하다. 스케치를 따라가다보면 세계 곳곳의 풍광과 사람들과 동물들, 그리고 저자가 느꼈을 감정을 고스란히 접하기도 한다.
이런 책은 참 신기한 것이, 읽는 이에 따라 어떤 색이 입혀질지 결정되고, 그 색감에 따라 단 한권의 책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냥 볼 때와 내가 색칠을 하며 보는 책은 또 다르다. 아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책의 초반부에 어떻게 색을 입히면 되는지 소개하고 있지만 잘 하고 못하고, 색감이 좋고 아니고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저자의 스케치를 통해 여행지의 느낌은 고스란히 되 살아나며, 그렇게 색과 내 감상에 집중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고요한 상태가 된다. 컬러링 북에 늘 관심이 많았지만 처음 접해본 책이 이 책인 것은 정말 행운이다.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이 책을 꺼내 색연필로 색을 입힐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