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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매지쿠스 마술적 인간의 역사 - 그림 속으로 들어간 마술사들
오은영 지음 / 북산 / 2015년 3월
평점 :
《호모매지쿠스 마술적 인간의 역사》
마술, 마법처럼 신비롭고 흥미로운 것이 또 있을까. 일상생활에서 오락으로써 즐기는 카드나 동전을 이용한 것 부터 무대 위 많은 관객 앞에서 칼로 사람을 베거나,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기, 비둘기나 토끼같은 동물을 이용하기, 결박이나 물탱크 탈출마술 같은 규모가 큰 방식, 그리고 물건을 구부리거나 붙이거나 하는 퍼포먼스 보단 염력에 가까운 마술까지.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마술과 함께 마술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유명한 마술사의 공연은 늘 관객이 꽉 드러찰 만큼 그 인기가 대단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마술이 신통력이 아니고 과학이론이나 심리학, 조명과 무대 장치를 이용한 종합 예술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마술은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시작되고 발전되어 왔을까? 그리고 마술사는 대대로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이 책은 이런 마술에 대한 이야기들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마술의 기법과 발전 양상, 혹은 종류를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마술과 마술사들이 각 시대별로 어떤 대우를 받았고 각각의 문화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해되었는지 이런 이야기를 표현한 명화들을 주로 살펴본다.
호모매지쿠스(Homo Magicus)란 인류를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사피엔스,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루덴스처럼 인류와 밀착해온 '마술'을 강조하기 위한 뜻으로 저자가 제시한 말이다. 저자는 마술이 인류역사의 주변이 아니라 핵심에 자리하고 있었으며 자연과 초자연, 정치와 종교, 이성과 비이성을 넘나드는 모호한 사회적 철학적 경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서론에서 밝히고 있다.
책은 총 4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종교적 세계관이 지배하던 시대의 마술사들의 역할과 과학이 발달하면서 변화된 양상에서 마술의 정치적인 측면, 예술과 오락으로써 다른 장르와 영감을 주고 받거나 마녀로 오인받거나 마술에 관여했던 여성들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와 측면이 '명화'를 분석하며 알아보고 있다. 예수 탄생을 예언하였던 '동방박사'가 '마기'라 불리던 학식을 갖춘 사제였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인 매춘 못지않게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직업이었다. 그러다 마술은 흑마술과 백마술로 불리게 되는 과정, 정복자들이 마술을 이용하여 그들의 힘을 보여주려 했던 이야기 광기로 가득한 마녀사냥까지. 명화 속에서 표현된 마술사들의 이야기는 우리 인류의 역사를 고스라니 담고 있다.
이야기는 그리 어렵지 않고 명화속에 담긴 이야기를 따라가기 때문에 다양한 그림과 이에 얽힌 사회상과 역사, 종교, 문화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같은 그림이지만 어떤 시각과 틀로 보는 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있음에 새삼 신기하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마술이야기나 다양한 기술을 발전시켰던 마술사, 현재도 마술 하면 기본으로 여기는 카드마술 이야기, 심령술이나 영적인 부분의 신비한 이야기까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정말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인류의 문화와 예술, 정치와 종교를 볼 수 있는 아주 훌륭한 교양서 이다.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