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지 않는 나라
이제홍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지워지지 않는 나라》




예전에 백제 금동 대향로가 탄생하게 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신라 왕녀와 백제 왕자의 아픈 사랑이야기를 탄생의 비밀과 엮어 아름답게 만든 드라마였다. 우리에게 백제는 잊힌 나라가 아닌가? 700여년의 긴 역사를 가졌음에도 고구려나 신라처럼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이들 나라에 비해 남은 사료도 거의 없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기엔 조금 의아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 고대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대륙 백제’-비류 백제설-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백제는 현재 중국 영토인 대륙백제와 우리가 알고 있는 한강 유역의 백제로 나뉘어 있었고, ‘담로’들을 두어 많은 지역을 백제의 영향권아래 두었다. 백제는 고구려에서 나온 나라가 아니라 부여를 이은 나라라는 의식을 갖고 있었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그리고 그 정점에 이 ‘금동 대향로’가 있다.


이 소설은 백제의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흥미롭게 이어지며 연쇄 살인이 이어진다. 그리고 과거의 역사가 현재의 국제관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역사 연구와 관련 된 사람들인데 그 중심에 ‘서민준’이란 사람이 있다. 그는 앞서 말한 거대한 백제의 역사를 주장하는 인물인데 이 사람과 논쟁한 사람들이 하나 씩 시체로 발견된다. 경찰은 ‘서민준’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조사를 이어가지만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다. 결국 그는 대단히 똑똑한 연쇄살인범이거나 누군가의 치밀한 계략에 의해 살인범으로 몰리는 것 중 하나다. 그런 와중 ‘서민준’은 스스로 살인 사건을 조사해 나가다 의문의 백제 역사 조직이 있음을 알게 되고 일본에 건너가 그 본거지에서 ‘한국을 다시 점령하기 위한 정책 제언’이라는 비밀문서를 입수하여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과연 그는 지능적인 연쇄 살인범일까 아니면 그를 해하려는 무서운 세력이 있는 것일까.


저자는 고대사와 둘러싼 여러 관점들이 등장인물들과의 대화에서 논쟁으로 보여준다. 살해된 사람 중 중국 대사관 참사관인 은미령의 입에서는 중국 동북공정에 대한 의견이 드러나고 이상하게 대륙 백제 설을 주장하는 일본인의 입장에서는 백제의 역사를 이용하여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일본의 야욕이 드러난다. 이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연쇄살인이라는 중요한 축보다 더 사실적이고 흥미로운 역사이야기를 만난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왜곡되고 축소된 역사를 배워왔는데 다른 나라는 의도적인 왜곡을 해가면서 까지 자신들의 역사를 부풀리기 바쁜데 우리나라는 현 학설과 다른 주장을 하면 일단 증거가 부족하다거나 ‘환단고기빠’라고 하면서 폄훼부터 한다. 과거의 역사가 중요한 것은 바로 현실의 국제 정세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무리해서 추진하는 이유는 한국의 통일을 대비한 것이고 일본이 백제의 역사를 자신들의 것으로 둔갑시키는 이유 또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일본은 점점 더 우경화로 치닫고 있으며 국제 사회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외교정책을 펴고 있는데 우리는 과연 이런 긴박한 국제 정세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역사에 관심이 있거나 혹 그렇지 않더라도 참 재미있는 소설이고 추리나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도 좋아할 만 한 소설이다. 특히 과거의 역사가 어떻게 ‘현재’와 만나고 연결되는지 그 연결점을 아주 잘 표현한 소설이며, 백제 금동향로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로 흥미롭다. 현재 국제 정세에 대한 부분도 참으로 주목한 만 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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