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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인문학 - 공부하는 엄마가 세상을 바꾼다
김경집 지음 / 꿈결 / 2015년 3월
평점 :
《엄마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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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도 인문학 열풍이다. 아마도 처음에 자기계발의 방편으로 주목을 받았던 것 같은데 여전히 열풍은 이어지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강연이 주를 이루었다면 요즘은 강연과 음악, 토크가 합을 이뤄 콘서트 형식으로 개최되는 북 콘서트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인문학이라 하면 막연하게 철학이나 역사를 떠올리기 쉬운데 아직도 그 정확한 의미나 나에게 필요한 이유를 모르고 남들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하고 사회 유명 인사들이나 정, 재계 인사들이 인문학에 시간을 투자한다고 하니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책을 붙들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사전적 의미로 인문학이란 자연의 원리를 다루는 자연과학에 대립되는 영역으로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영역이라 하니 포괄적으로 보면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비평 등 많은 학문이 포함된다. 결국 인간과 관련된 모든 학문이 그 대상이 되겠다. 그러나 이런 열풍과는 달리 많은 인문학 책이나 강연들이 내용면에서 부실하거나 흥미위주의 내용으로 된 경우를 보며 회의를 갖고 있었는데 저자 또한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저자는 ‘나와 내 인생 그리고 세상에 대한 질문을 던진 지점이 바로 인문학의 시작이며, 우리가 정한 좁은 인문학의 범위를 어떻게 깰 것인지, 인문학이 과연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p29- 인문학은 인간의 문제를 되짚어 복 성찰하는데 그치는 학문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최고의 대안이며, 이를 위해 내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그 흐름을 알게 해주는 학문이라 말한다. -p38-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것과 큰 틀은 누구나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 배웠던 지식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능동적으로 미래의 삶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외우기 급급했던 역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음악과 미술 등의 예술과 철학을 그 시대의 맥락에서 이해하며 정치과 경제가 어떻게 얽혀있는지 시를 읽는 삶이 얼마나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일깨워준다. 현대미술은 왜 어려운가? 재현하고 표현했던 시대를 지나 이제 ‘인식’하는 세상이 되었는데 우린 내 생각을 가진 자유로운 개인으로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술 사조를 외우고 내 생각, 내 느낌이 아닌 일방적으로 강요된 작가의 의도를 먼저 생각하도록 굳어진 탓이 아닐까? 역사는 또 어떨까? 승자의 입장에서 써진 역사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정립된 일방적인 시각으로만 외우고 있지 않았나? 문학은? 교과서에 나오는 서정시조차도 그 해석은 단 한가지 밖에 없지 않았나?
이 책은 저자의 강의를 역사, 철학, 정치와 경제, 문학을 한 챕터로 흐름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정리한 책이다. 이 강좌의 목적은 ‘전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기존의 지식과 체제 체제를 살펴보고 현실을 분석하며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을 갖추고자 한 목적의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그러면 왜 ‘엄마’일까? 바로 여성이며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직접 키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남성들의 가치관과 방식으로 만들어 온 세계는 이제 그 생명을 다했고 양극화와 청년실업의 문제는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경남 발 무상급식 문제는 사회전체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우리가 열심히 사는 이유는 결국 우리의 아이들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사회에 매몰되어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무엇이 미래의 아이들을 불행에서 구출할지 알지도 못한 체 무작정 달려가고만 있다.
미래는 결국 ‘엄마’들의 손에 달려있다. 엄마들의 삶이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미래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지 결정한다. 이 책은 그래서 일차로 엄마들이 읽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나 그렇게 한계를 지우기엔 너무 아깝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 책을 따라다가 보면 세상의 거대한 흐름이 보인다. 몇 년도에 누가 무엇을 했고 어떤 철학자가 무슨 주장을 했고, 어떤 예술가가 어떤 작품을 썼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이들이 왜 이런 주장을 하고 왜 이런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 할 수 있게 된다. 관련 자료들이 많아 학생들이 읽어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가족 모두가 함께 읽는 다면 풍성하고 흐뭇한 이야기 거리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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