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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나의 작사법 - 우리의 감정을 사로잡는 일상의 언어들
김이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김이나의 작사 법》
오늘은 작사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아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책이 나와 소개를 할까 한다. 시중에 자기소개서나 기획서, 논술이나 논문 등의 목적이 분명한 글을 쓰는 방법에서부터 블로그나 웹사이트에 방문자를 많이 불러 모으기 위한 글 잘 쓰는 법, 순수하게 시나 소설 등의 문학 작품을 쓰기위한 방법까지 글씨기에 관련된 책이 굉장히 많다. 이 책은 이 중에서 어디에 해당될까? 목적이 분명하다는 것에서는 처음 언급한 분야로 노랫말 이라는 것에서 ‘시’를 떠올리면 문학 작품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작사는 이 모든 분야와 관련이 있으면서도 또 완전히 다른 분야의 글쓰기 인 것 같다.
가사는 오로지 멜로디(음악)와 함께 해야만 되는 글쓰기 분야다. 이것이 바로 일반적으로 당연히 여기고 있는 ‘가사도 시’라는 생각과 다른 점이다. 가사가 시라면 음악과 분리해도 문학적이 면이 두드러져야 하겠지만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가사는 음악과 분리하면 제대로 된 글쓰기에서 한참이나 멀어진다. 때론 전체 주제, 진행과 다른 단어나 문장이 불쑥 나오기도 하고 아무리 시적 허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문법에 맞지 않는 단어가 등장하거나 외래어를 남용하기도, 뜻이나 출처가 불분명한 인터넷 신조어들이 등장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음악에 맞는 감탄사가 문장을 어지럽히기도 한다. 그러니 작사, 가사는 일반적인 글쓰기와 다른 분야라는 것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작사는 작품이라기보다 ‘상품’에 가깝다는 점이다. 대부분 작사, 노랫말은 곡이 나온 후에 만들어진다. 이 점은 또한 전문 작사가가 싱어송라이터, 예술가와 다른 점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곡으로 만드는 예술가들은 멜로디와 편곡, 작사의 틀에 구애받지 않는다. 가사가 먼저 나오고 멜로디를 만들기도 하고 좋은 가사가 떠오르면 이미 만들어둔 멜로디를 과감히 수정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말하는 작사가는 작곡가나 프로듀서의 ‘의뢰’로 가사를 쓰는 ‘상업적인’ 작사가다. 대부분의 작사 의뢰는 ‘가이드’음원, 곡의 컨셉, 부를 가수의 특징(걸 그룹, 솔로, 듀엣, OST 등), 앨범에서 차지하는 위치(타이틀인지 팬 송인지 등) 등을 전제로 완성 기한, 발음의 특징 등 사항을 함께 요청받기 마련이고 작사가는 이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써 보내더라도 앨범에 실리는 ‘픽스’의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이 책에는 김이나 작사가의 노하우가 정말 깨알같이 담겨있다. 나 또한 가사를 쓰는 입장이지만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작사가는 3~4분 내외의 곡에 한 인물 인생 전체를 담기도 하고 잊기 힘든 찰나의 순간을 담기도 한다. 저자는 먼저 곡을 들으며 하나의 캐릭터를 설정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캐릭터가 이 노래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만든다고. 같은 이별이지만 각기 다른 캐릭터는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같은 사랑이라 하더라도 누구는 순수하게 설레고, 누구는 노련하게 상대방을 리드하기도 하며, 누구는 용서를 하고 누구는 저주를 한다. 이는 그리고 가수는 이 가사에서 그 캐릭터를 잡아내고 연기를 하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작사가와 가수는 영화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와 연기자의 관계와 비슷하다.
이 책에는 자신의 이런 작사 노하우, 곡을 의로 받고 쓰는 과정, 음악관련 일들의 설명, 캐릭터를 만들고 가사로 쓰는 방법, 대중가요 가사에 주로 쓰이는 사랑과 이별의 방식에 대한 분석을 ‘참고서’처럼 설명하고 있으며 자신이 쓴 가사를 분석해 왜, 어떻게 그런 가사를 쓰게 되었는지 ‘첨삭지도’까지 하고 있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막연한 작사라는 일을 어떻게 시작하고 어떤 식으로 연습하고 어떤 식으로 쓰면 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이런 책은 잘 못하면 자화자찬으로 끝날 수도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데 놀라울 정도로 유용하다. 작사는 앞서 말 한 것처럼 상품의 생산에 가깝다. 싱어송라이터나 스스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자유롭게 고민하면 될 것이나 상품을 팔아야 하는 ‘작사가’는 음악이 만들어지는 지근거리에서 제작자, 작곡가, 가수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해야 하며, 창작이라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 직업인 것이다.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작사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를 설정하고 이야기를 뽑아내는 부분’에 ‘독서’만큼 좋은 것은 없다. 결국 작사라는 일도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감정과 정서에 대한 예민함, 노래 부를 가수와 들을 사람들의 느낌까지도 예상해야만 하는 일이니 다양한 분야의 독서는 분명 작사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또 하나,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노래들의 가사를 많이 읽고 분석하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한 훈련의 포인트라고 저자는 말한다. 작사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이 책은 정말 꼭 한번 읽어 보라고 말하고 싶고, 대중가요를 사랑하는 사람에겐 어떻게 그런 가사가 나오게 되었는지 그 뒷이야기를 맛볼 수 있는 아주 유쾌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