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세계에서 쫓겨난 자들 - 장화홍련전 열네살에 다시보는 우리고전 2
고영 지음, 이윤엽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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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홍련전》




소설로 영화로 예술작품으로 수 없이 리메이크되는 고전 <장화홍련>. 가만히 생각해 보면 너무 유명하고 늘 상 볼 수 있는 작품들은 의외로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 드물고 그래서 제대로 된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 고전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북멘토에서 기획한 ‘열네 살에 다시 보는 우리고전’ 시리즈 2번째 작품으로 ‘아버지의 세계에서 쫓겨난 자들’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그러면 1편은 무엇일까? 역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고전인 <심청전> 이 책에는 ‘샛별 같은 눈을 감고 치마폭을 무릎 쓰고’ 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어렸을 때 그림책으로 보았던 작품들을 14살, 즉 자의식이 형성되는 청소년에 다시 읽는 다는 것과 부제에서 바로 이 책들의 출간의도가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고전은 어렸을 때 보통 그림책으로 접하게 되는 데 어린이들이 대상이다 보니 원작을 보여주기 보다는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각색이 되기에 작품을 읽긴 했지만 제대로 읽은 기억이 없는 채 지나오고 마는 것이다. 외국의 동화들도 그래서 원작 그대로를 보여주는 책들이 기획되는 것일 터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소설을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소설이 탄생하게 된 시대적 배경과 전래된 과정을 보여 주는데 있다고 하겠다. 이 책에서는 바로 [여는 글]에서 조선 효종, 평안도 철산에서 발생한 자매의 사망사건이 있었음을 이를 해결한 이가 ‘정동흘’이란 철산 부사임을, 후에 그의 6대 손과 8대손에 의해 기록되고, 이 철산 사건은 사실과 허구가 영향을 받다가 19세기 후반이 되어 소설《장화홍련전》으로 완전히 자리 잡게 됨을 알려준다. 그리고 왜 이 책의 부제가 ‘아버지의 세계에서 쫓겨난 자들’인지 설명이 되는데 이런 사건이 가능했던 그 시대 강력했던 가부장의 권위와 사회적 분위기를 설명해준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평안도 철산에 배무룡이란 사람이 장씨라는 여인과 결혼해 장화와 홍련이라는 효성 지극한 딸을 낳게 되는데 그만 병으로 일찍 죽게 된다. 그 시대 어느 남자가 그렇듯 당연하게 재혼을 하게 되는데, 이 후처는 아들을 낳고 전실 소생인 장화와 홍련이를 괴롭히다 계략을 꾸며 장화를 죽이고 만다. 이를 안 홍련이는 언니를 따라 자살하게 되고 고을 부사에게 나타나 억울함을 풀어주길 호소하지만 귀신을 본 부사는 공포심에 죽어나간다. 새로 부임한 부사 ‘정동우’만이 기지를 발휘하여 자매의 한을 풀어주고, 이 일을 꾸몄던 계모와 그의 아들을 죽이는데 배무룡만은 살려주어 3번째 결혼을 하게 되고, 자매는 다시 아버지의 쌍둥이로 태어나 행복하게 산다.


소설은 짧지만 총 9장으로 나뉘어있고, 각 장이 끝나면 <이야기 너머>란 짧은 챕터를 실어 각 장의 역사적 배경이나 관련 인물, 역사, 관련자료 등을 첨부해서 설명하고 있다. 소설만 읽으면 등장인물들의 행위가 잘 이해가 되지 않고 어쩌면 호러 작품처럼 끔찍하기까지 한 이야기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도와주고 있다. 또 중요한 부분은 ‘이윤엽’ 작가의 그림이다. 평소 저항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목판에 새기고 알려왔다는 그의 강렬한 그림이 이 소설의 강렬함과 잘 어우러지고 있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이 지면으로 자세한 것을 다 쓸 수는 없지만 장화홍련의 이야기는 그냥 동화로 흘려버리기엔 참 많은 것을 담은 시대적 작품이며, 현재의 정서로는 절대 이해 할 수 없는 끔찍한 이야기다. 장화홍련의 비극은 전처의 자식을 미워한 계모의 잘못만은 아니다. 이럴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배경, 가부장의 권위는 절대적이며 그 누구도 침범 할 수도 심지어 임금조차도 건들 수 없었던 시기에 가부장을 제외한 모든 가족 구성원은 결국 누구든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지. 이런 부조리가 무서운 계모를 만들고 부모와 가문을 위해 죽음을 강요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닌지 많은 질문을 던져준다.


소설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만들어 졌지만 성인이 읽기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고전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얼마나 있는지, 초반에 말했던 너무나 유명하여 오히려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결국 《장화홍련전》은 가족과 가족의 형태가 만들어 지게 하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며, 과연 우리의 가족은 안녕한지 돌아보게 하는 뜨끔한 소설이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읽으면 더 없이 좋을 소설이고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니라면 꼭 한번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다.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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