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에 관하여 - 죽음을 이기는 4가지 길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3
스티븐 케이브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불멸에 관하여》

 


 

내가 죽음을 경험한 것은 바로 먼 친척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이다. 나는 당시 아직 어렸던 동생들은 빼고 아버지와 단둘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나는 그냥 맛있는 걸 먹는 게 좋았던 것 뿐인데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비밀스런 이야기를 하던 동네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신기했고 무슨 이유 때문인지 지금 뇌리속에도 깊이 박혀있다. 그리고 나랑 정말 가깝던 개가 죽었을 때가 두 번째, 그리고 2년 전 태어날 때부터 키우던 고양이가 병으로 죽었을 때가 세 번 째. 그런데 고양이의 죽음은 다른 앞선 죽음들과는 달랐다. 이 고양이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슬픔을 이기기 힘들어 어느 샌가 나는 그 전에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고양이의 사후의 이야기에 빠져 들었고 고양이가 죽으면 그 영혼은 편히 쉬는 상태가 되며, 때론 다시 태어나 우리 곁에 올 지도 모른다는 주장에 굉장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자 괴로운 마음은 사라지고 현실에 집중할 수가 있었다.

 

이 책은 내가 겪은 이 심리의 변화를 다 담고 있는 책이다. 고양이의 죽음과 불멸이 어떤 관계가 있냐고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 깊이 있는 인문학이 어찌 고양이의 죽음과 연관이 있겠냐고 논리의 비약이 아니냐고 생각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처럼 고양이를 키우는 다른 한 사람은 고양이의 죽음 앞에 내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자 굉장히 강하게 부정 했다. 자신은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일각에서 말하는 이런 주장이 허황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이다.

 

누구나 생을 살아가면서 나처럼 죽음을 만나게 되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죽음은 굉장한 충격이고 불편하며 이해할 수 없는 ‘패러독스’다. 왜냐면 어느 순간 나 또한 틀림없이 죽는다는 깨달음을 얻을 테고, 내가 죽는 다는 것은 어떻게도 알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죽음의 순간을 떠올리는 순간 나는 이미 타자화가 되어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이 ‘죽음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는 ‘불멸’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죽음은 내가 살아있는 이상 알 수도 없고, 그 누구도 알려줄 수 없는 유일한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 인류는 이 두려움에 직면하여 영원히 죽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고 말이다.

 

이 책에는 이 ‘불멸’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진시황처럼 죽음을 부정하고 직접적으로 영원히 사는 방법 ‘영생’을 찾기도 했고, 죽음을 인정하되 다시 살아나는 ‘부활’을 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두 방법 모두 허점들을 갖고 있는바 ‘영혼’을 통한 영생을 꿈꾸거나 나아가 ‘유전자’를 물려줌으로써 영원히 사는 방법을 생각하기도 했다. 혹은 '명성'을 얻어 자신은 죽더라도 이름만은 영원히 남기려 하기도 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러한 고민의 결과는 의학과 과학, 인식의 변화와 발전을 가져왔다. 인간의 수명은 과거보다 몇 배나 늘어났으며 신체나 신체의 일부를 보존하여 미래의 발전된 의학의 힘을 빌려 목숨을 연장하고 싶어 하거나, 죽더라도 다시 살아나는 부활의 믿음은 종교와 의식, 사회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과학이 발전하여 종교적 믿음이나 사망, 존재, 영혼에 대한 인식이나 정의도 조금씩 달라지는데 가만 살펴보면 과거 이집트의 미라나 현재의 신체보존이나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이고 부활과 복제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것이 가능하다면 사회제도는 어떻게 달라지 게 되는 지 우리의 인식에는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왜 맹목적으로 죽음을 회피하는지 꼭 그렇게 죽지 않아야 하는지 많은 질문들의 타당성을 살펴본다. 이렇게 과학이 발전하고 생명의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 발달된 지능을 구가하는 우리 인류가 아직도 형태가 다른 죽음의 아이러니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지도 말이다. 이 책은 ‘죽음’, ‘불멸’이라는 틀로 우리 인류가 걸어온 역사를 보여주고 인류가 만들고 쌓아온 인식과 철학, 제도의 흐름을 보여준다. 저자는 인류가 만들어 낸 불멸의 방식 ‘영생’, ‘부활’, ‘영혼’, '명성', ‘유전자’ 의 길을 보여주고 마지막에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문명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지 이야기 한다. 


죽음은 결국 삶과 맞닿아 있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것은 결국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와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한계가 없는 삶, 이번 주말 토요일에 무엇을 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영원의 시간은 과연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무한이 반복되는 삶 속에 소중한 것이 과연 무엇일지,  과연 우리가 그 것을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저자의 차분하고 방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죽음과 삶에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과 미처 깨닷지 못한 것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몸에 좋다는 것은 그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고 탐욕을 보이는 인간에게 이 책은 정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삶을 어떻게 의미있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학생부터 성인까지 많은 분들께 읽히기를 바라는 바이며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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