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허즈번드 시크릿》




잡동사니 창고에서 언제 썼는지 모를 남편의 편지가 발견된다. 그러나 봉투엔 자신이 사망한 후에 읽으라고 적혀있다. 그러면 아내들은 온갖 상상을 하기 시작할 것이다. 첫 번째는 남편의 외도, 그리고 그 다음은 자신의 말 못한 비밀이나 거짓말을 밝히는 것일 거라고 온갖 것들을 ‘상상’할 것이다. 돈이 좀 있는 집이라면 이와 관련된 ‘유언’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이 내용을 보았을 때 나는 왜 그 편지가 남편이 아내나 가족들에게 남긴 사랑의 메시지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혹시 부부나 가족들의 ‘비밀’이란 차마 말 못하는 수준일 거란 상상을 한 것은 아닐까? 그만큼 가족의 울타리는 성스러운 것이라 여겨지니 말이다. 또 어쩌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그렇게 견고하지 않음을 직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아, 그리고 참! 그리고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테고.


소설을 다 읽은 후의 느낌은 이 작가는 ‘여자에 대해 그 여자들이 만들어가는 인생의 순간순간에 대해, 그녀들이 만드는 가족에 대해 정말 잘 아는 구나’하는 것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하고 연애하고 결혼해서 가정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 어려운 과정이다. 내 인생도 버거운데 배우자의 가족들을 내 인생에 끼워 넣어야 하고 배우자와의 관계도 어려운데 태어나는 자녀들은 나를 더 어렵게 하며 인생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유혹, 권태, 위기들은 시시때때로 치고나와 고민을 하게 만드니까.

이 소설은 총 500쪽이 넘는데 도입부가 거의 150쪽에 다다른다. 세 가족이 나오는데 여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가정과 가족들을 묘사한다. 주인공인 중년 여자 <세실리아>는 남편이 출장간 사이 사춘기에 접어든 세 딸과 씨름하다가 이 편지를 발견하고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한 여자, 이제 노년기에 접어든 <레이첼>은 과거 자신의 딸을 의문의 살인사건으로 잃었는데, 남은 자녀인 아들과 며느리가 직장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인 손자를 데리고 멀리 간다고 해서 고민이다. 마지막 한 중년 여자인 <테스>는 어느 누구보다 가까이 지냈던 사촌 동기와 자신의 남편이 사랑에 빠졌다는 말을 듣고 절망하여 결국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엄마가 계신 친정으로 오게 된다. 이렇게 해서 세 여자는 <레이첼>이 일하는 학교에서 학부모로 만나게 되며 이야기는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자, 그렇다면 세실리아는 자신이 발견한 편지를 결국 읽었을까? 물론, 읽었으니까 전개가 되겠지. 그럼 과연 그 편지엔 어떤 말이 적혀있고 그 말은 이 세 여자와 그들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어찌 보면 그 비밀보다는 그 비밀을 매개로 드러나는 권태와 의무가 쌓여가는 중년 부부의 문제, 부부와 자녀, 이혼 같은 인생의 굴곡 속에서 여자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 변화’에 더 중점이 있는지 모르겠다. 서두에서 보여주는 세 여자들의 가족의 (심리)묘사는 정말 솔직히 말하면 이 소설을 계속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게 만들었지만, 세 여자들이 만나게 되면서 전개되는 부분부터는 정말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것 같다. 다 읽고 나서는 작가의 의도를 알게 되었고 오히려 감탄하게 되는 요소가 되었고. 어찌 보면 지루하기 까지 한 심리묘사를 돌이켜보면 ‘어떻게 여자를 이렇게 잘 알까?’ 하는 감탄을 하게 만들었다. 작가 이름이 익숙해서 찾아보니 전작이《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였다. 앗! 하고 무릎을 쳤다. 전작에서도 거의 완벽할 정도로 여자를 잘 묘사 했었다.


나는 간단한 책 내용 이외에 다른 정보는 잘 모른 체 이 소설을 읽었기에 선입견 같은 건 거의 없었다. 오로지 소설에만 집중해서 읽었는데 특히 섬세한 심리묘사는 압권이었다. 그리고 가족이란 울타리가 만들어 내는 부조리와 원죄, 죄책감, 이기심 따위를 대면하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기도 했고, 그녀들이 겪은 딜레마와 일탈에선 나도 모르게 동화되기도 했다. 이 소설을 읽는 다면 도입부분을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자꾸만 책장을 뛰어 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는 것도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분명 그에 상응하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니까.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궁금하다. 이 소설을 ‘비밀’에 초점을 맞춘 미스터리 스릴러로 그릴 것인지, 갈등과 화해 혹은 사랑과 용서 등에 초점을 맞춘 로맨스나 가족물로 그릴 것인지. 아마 소설을 읽어보면 이 여러 가지 요소를 하나의 작품으로 엮어낸 작가의 실력에 놀라게 될 것이다. 500쪽이 넘는 소설을 단숨에 읽었다. 결말도 따뜻했다. 아이쿠! 이렇게 말하면 스포일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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